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남태평양 피지 섬의 오래된 환상 본문
1.
아주 오래전
도스또옙스키에 심취하던 친구 녀석이
돌연히
해양 소설가가 되겠다며
대기업 좋은 자리를 박차고
어선 항해사가 되어
바다로 나갔다.
그 보다 훨씬 더 오래전
작은 삼류 개봉관에서 보았던
영화 < 츄바스코 >의
아름다운 바다 영상이 떠 올리어져서
그는
망연히 다가오는 그 환상만으로도
나의 우상이 되었다.
그의
시원스런 웃음소리가
아스라이 잊혀 갈 무렵에야
이국적인 붉은 스탬프 찍힌 그림엽서 한 장 받아 들었는데.
...... FIJI
그는
피지섬의
고기 잡는 원양 선원이 되었다.
2.
그 후로도
한 해가 꽉차게 흘렀을 때,
표면이 매끄러운 자켓의 레코드판
피지 민속그림과 토속음악을 담은 레코드판,
한 장을 겨드랑이에 낀 채 그가 돌아왔다.
오랜만의 해후로 같이 지낸 그 밤에
..... 선창가 선술집,
..... 순박한 여인들과,
..... 산호초 아름다운 바다 풍경.
..... 남태평양의 작은 섬들 이야기를,
상상과 동경속에서,
또는 늘어선 야자수 나무 밑에서
석양의 풍경을 바라보며
싱그러운 바람속에 꿈결처럼 듣는다.
아주 먼 낯선 곳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으로
잠들 무렵마다 지독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상사병 걸린 사람처럼.....
3.
해양海洋 소설가가 되기 위해
선원이 되겠다고 했던
그 친구.
소설가의 꿈은 간 곳이 없고,
점점 더 노련한 뱃사람이 되어,
몇 년 주기로 들랑 날랑 하더니
끝내
카나리아 군도의 라스팔마스에 정착하여
돈깨나 만지는 어선 선장이 되고 말았다.
세월이
그리 한참 세월이 흐른 뒤.
내게
낯선 세계, 아주 먼 나라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던
오랜 시간 동안 가슴 설레게하던 땅.
피지로 왔다.
너무나 오래 기다렸던 사람,
그리 애절했던 사람 품으로 뛰어들듯.
설레며 다가섰는데.....
그 애절했던 만남은
한정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헤어짐부터 준비해야 했다.
중간 기착지.
짙은 담배향과
피지 여인들의 특이한 체취 속에
창 너머로 바라다 보는 피지.
이제 가서는
다시
언제 이 섬으로 돌아 오겠다는
기약을 남길수는 없지만.
세월이 아주 많이 흘러
늙은 몸이 되었다 하더래도
남태평양 야자수 나무 아래 몸을 누이고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볼 수 있는
그날을
다시 기다릴게다.
.................. 1996년 6월 shad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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