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영도 75광장에서 하늘 전망대를 따라 걸어서 본문
제2 송도라고 불리던 영도의 남쪽 해안선, 절영 해안산책로.
나에게 그 길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저런 추억들이 쌓이고 쌓여있는 곳이다.
아주 오래전 친구와 친구의 해양대학교 원서를 내고 같이 걷던 겨울날의 중리 바닷가에서부터
회사 직원들을 데리고 회식하러 고기 먹으러 자주 오던 목장원에도 많은 추억들이 쌓여있고
설계사무실 직원이던 시절, 의뢰받은 설계문제 때문에 자주 오던 영도 사격장이며,
건축사가 된 이후,
사격장 맞은편 바다 쪽 비탈에 있던 숲에 있던 작은 공원식당에 와서 차를 세워놓고
그 숲속에서 많은 건축설계계획과 구상을 하고 회사로 돌아가곤 했었다.
그 후로도, 모든 것을 다 잃고 난 후에도 나는 변함없이 모든 남쪽바다가 한눈에 드는
절영 해안로를 자주 찾아와 산책을 하고 흰여울길 걷기를 즐겼다.
중리마을에서 바닷가를 따라 도는 절영해안로와는 달리
차가 달리는 절영로의 바다 쪽 벼랑 위를 걷는,
바다와 하늘을 향해 다 열려있는 절영 해랑길을 회상속에 걷는다.....<절영 해랑길> 2012년 6월
올 가을은 유난히 가을이 짧을 것이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 가을이 사라지기 전에 걸으러 가고 싶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걷는 것도 예전처럼 힘차지 않고 빨리 지치는 것 같고
걸으면 숨이 차는 느낌이 심해졌다.
그래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걸어야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50년 전, 해양대학교 원서를 접수시키고 같이 이 길을 걸었던 친구는 18년 전, 간암으로 이미 세상을 떴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나는 심장병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에게 남아있는 삶이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그래서 12년 전인 2012년 6월에 쓴 블로그를 보다가 많은 추억이 남아있는 이 길을
건강하게 걸을 수 있을 때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2년 후, 내가 오늘 쓴 블로그를 읽을 수 있을까 ?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귀에 꼽아 놓은 이어폰에서 최백호의 노래 <바람을 따라>가 흐르고 있었다.
2024년 9월 27일 오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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