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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그 강변을 걸으며 본문

독백과 회상 1999

금호강, 그 강변을 걸으며

SHADHA 2025. 3. 19. 09:00

 

 

부끄러운 울음을 토해내고



꺼억
꺼억
그리 울었다.

서러워서도 아니고,
슬프거나 아파서도 아니라
내가 너무 밉고 싫어서 울었다.

스스로 부끄러워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금호강,
강물 속에다 그 울음소리 토해버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 지키고 싶었던
자긍심과 자존심이 자꾸 다치게 된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 현실들이 나를 그리 만든다.


젊은 날에도 굳건히 지켜오던 나를
나이가 들면서 더 고고해지지 못하고 무너져 가는
내가 부끄럽고 싫어서 울었다.

토해낸 나의 울음을 받아들고 

흘러가는 금호강은
한 치의 흔들림없이 순리를 따르고 있었다.

 

 

 

서울, 대전, 대구찍고 부산.

부산, 대구, 대전 찍고 서울.

 

혹시나 하는 바램으로 갔다가,

절망으로 돌아와야 하는 곳이었다.

 

동대구역 앞에서

도대구 호텔 커피숍에서,

망우공원에서 금호강을 바라보며,

 

파멸의 끝으로 치닫는 순간들을 막아보려고 했었다.

 

 

<1999 독백과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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