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서 본문
오래전,
우리 어머니가 어린 나를 업고 시장바구니를 들고 중앙시장을 돌다가
대전천 둑길을 걸으며 강물에 비치는 그림자를 보며
보다 더 잘 살아 보리라는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그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가시고, 그 등에 업혔던 아이가
두 딸의 아버지가 되어서 중앙시장으로, 대전천 옆을 걷는다.
어깨에다가 가장의 무게를 지고,
.... 빨리 우리 집에서 나가라 ! 어찌 사내 새끼들이 비겁하게 남자도 없고, 여자들만 있는
집으로 밤에 몰려가서 무슨 짓이냐 ?
내가 곧 일을 끝내고 내려갈 테니 나하고 만나서 이야기하자!
....다른 것은 내가 다 양보하고 참겠는데, 우리 기족들을 괴롭히면 너희들 다 죽여버린다.
비겁한 놈들....
애원도 하고, 사정도 했다. 분노했다가 타협하려고 했던 그 여름.
중앙동 소공원과 어능정이 거리엔 목덜미를 따라서 들줄기로 흐르던 땀과 함께
감당할 수 없는 분노가 있었다.
으능정이 거리의 화려한 불빛들이 아내와 딸들이 불안해할 얼굴이 되어 보이니 애가 탄다.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될 때까지 한 이야기 또 하고, 한 이야기 또 하던
그들을 굴욕적인 인내로 설득하여 집에서 겨우 내보내고 나서야 소공원 돌 의자에 앉아서
하늘 한번 쳐다보고, 한숨 한번 내어 쉬고 바짝 마른 목을 축이려는데,
....예수님 믿으시면 축복받고 천당으로 갑니다.
....기정의 평화와 사업의 번창이 이루어집니다. 믿으세요, 믿으세요.
천당이, 하늘이 어디에 있을까 ?
....아빠가 미안하다. 괜찮아?
....우린 아무렇지도 않으니 아빠 우리 걱정하지마.
큰 딸아이 목소리 들으니 가슴이 갑자기 미어와서 목이 매인 대전 으능정이 거리의 밤이었다.
대전은 내가 태어난 곳이다.
1955년 5월에 대전역 건너편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 대전에서
10년 동안 키워 온 회사를 죽이느냐 ? 살리느냐 ? 의 주사위를 던지고 있었다.
희망과 좌절, 기쁨과 분노를 같이 하던 대전에서의 고뇌하던 날들이 있었다,
<1999년 독백과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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