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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살로메>내 마음을 담는 그릇 본문

告白과 回想

<살로메>내 마음을 담는 그릇

SHADHA 2004. 1. 24. 19:15


shadha
2002



내 마음을 담는 그릇







1.

내 곁에는
오래 전부터
마음을 담아 놓을 수 있는
예쁜 그릇 하나 있었습니다.






2.

처음에는
언제나 변함 없이 곁에 있는 그릇이기에
남는 마음을 조금씩 담아 놓다가
세월이 가면서
나도 모르게 나의 모든 마음을 담아 놓는
그릇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3.

그렇게 많은 마음을 담아서는
되지 않는 그릇이기에
더 이상의 마음을 담지 않으려 애를 썼으나,
이미 그 그릇에 담겨진 나의 마음이
내 가슴에 남아 있는 나의 모든 마음보다
훨씬 더 많아서
힘센 자력에 끌려가듯 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4.

북쪽 하늘에 걸린 나의 별도 그 그릇에 담아주고
옥빛에서 하늘빛을 담아 더 푸른 나의 바다도 나누어 담고,
내게 주어진 특별한 행운과
꿈과 나의 생명마저 나누어 담아
영원히 내 곁에 머물 수 있는 그릇이 되길 소망하고,
내 마음을 담을 수 있는 마지막 그릇이기를
원했었는데...






5.

아!
사람의 욕심은 그 끝이 없어서,
그 그릇이 내 마음의 전부를 다 담는 그릇이라는 걸
알기 전에는
그 그릇 안에 내 마음이 얼마나 담겼는지,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도,
그럴 엄두도 없었는데,
나에게 남은 나의 마음보다
그 그릇에 담은 나의 마음이 더 많다는 걸 알고 나서
그 안에 내 마음이 얼마만큼이나 찼는지
한번 들여다보았는데...







6.

그 그릇 안에는
몇 가지 명분과 기우와 고정된 관념이라는
필터가 내장되어 있어
그릇에 남겨지기도 전에 다 걸러져서
그 그릇 안에는
몇 방울의 내 마음만 남아 있을 뿐,
다른 이의 마음만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구멍 뚫린 그릇에다
나의 모든 마음을 담고 있었던 것입니다.






7.

그래도 나는 그 그릇에다
변함 없이 내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 그릇에 담겨지는 나의 마음의 양을 보는 것 보다
그 그릇에 쉬지 않고 나의 마음을 담는 것이
더 편안하고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 그릇에게
이미 너무 많은 나의 마음을 주어 버렸기에
그 그릇은 바로 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마음을 주듯
변함 없이 그 그릇에다 마음을 담을 것입니다.






8.

그래도 서운하여
그 그릇에게 투정을 부렸습니다.
....나, 불쌍하지도 않아 ?
....아니, 전혀 불쌍하지 않아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계시잖아요.
 나 없다고 죽거나 힘 드시지도 않잖아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자신의 모든 마음이 다 사라져 버려도,
어디론가 다 증발해 버려도 딱할 것이 없다는데.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처럼
아주 가난한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마음이 다 비어버려서 그런 것일까 ?....






9.

그러나 그래도 상관없이
아무런 변함도 없이,
그 그릇에다 마음 담기를 쉬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그 그릇은 내안의 또 다른 내가 되었기에..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내가 나의 그릇을 채우듯
그 그릇에다 나의 마음을 담아 갈 것입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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