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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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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여행

GRACE23 south 63번가

SHADHA 2004. 1. 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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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R A C E




south 63번가

10/02

- shadha님과 한바다님께 감사드립니다.-





south 63번가를 다녀왔다.
그곳을 가려 한다는 말에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
시카고에서 가장 위험한 곳.
그곳에서 한인들이 목숨을 걸고 장사를 하고 있다. 흑인들을 상대로.
한 성공한 한인이 그 사회에 자신의 부를 환원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점점 남쪽으로 달려갈수록 건물은 초라하고 거리는 썰렁하고, 보이는 사람들은 온통 흑인뿐이다.
안전한 곳에 주차를 하려고 한참을 헤메이다가 전철 입구에 세웠다.
안전할까? 자꾸 돌아보며 잠금도 여러번 확인했다.
한 번 창을 깨고 카메라를 도난당한 경험이 있었으므로...
지난번엔 시카고 야구팀이 승리했다고 좋아서 폭동을 일으켰었단다.
참, 기가 막혔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들의 피에는 흥분 호르몬이 특별히 많이 섞였나보다.
인터뷰하고 취재하는 남편을 두고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며 돌아다녔다.
길거리 농구를 하려고 모여든 아이들.
오늘만큼은 이 거리에 그늘이 잘 보이지 않았다.
도네이션 없이 생색만 내려던 이곳 흑인 여시장의 반대로 무산될뻔한 행사를 흑인들의 데모로 다시 개최할 수 있었다.
무슨 낯으로 개최연설을 하러 왔는지 모르겠다.
뚱뚱한 몸에 너풀거리는 옷과 화려한 악세서리가 눈에 거슬렸다.
유명 메이커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민 그녀의 아이들은 이 거리의 여느 아이들과 너무 대조적이었다.
어쨋든 유니폼을 받아입고 농구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밝았다.
핫도그를 받아 먹으려고 서 있는 아이들, 응원하는 아이들, 출전 못해 서러워 우는 아이, 어쩌다 굴러온 공을 만져보려는 아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아이, 유행에 맞춰 한껏 멋부린 소녀들의 재잘거림, 아기를 안은 어린 엄마...
그들이 사랑스러웠다.
어느곳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이들 또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이었다.
피부색 같은 것은 상관이 없었다.
그들 속에서 상대적으로 하얀 내가 조금 미안했을 뿐이다.
좋은 부분만 보고 너무 긍정적이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지만 적어도 나는 아이들의 눈 속에서 꿈과 희망이 있음을 보았다.
이제 찍어온 사진을 현상해서 아이들의 그 눈을 다시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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