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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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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의 운명

오정순 66 광합성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SHADHA 2004. 1. 30. 12:05


오 정 순




광합성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12/02







광합성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


책을 읽고 정신의 광합성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무를 죽이는 일이다.

사진을 보고 미감의 세포분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다.
시간을 죽이는 일이다.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다.
기억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일이다.

잘 보존되고 사랑으로 가꾼 자연이 천국이라고 하나 잘 찍어보여주지 않으면 우리는 그 장소에 가보지 않고는 아름답게 접할 길이 없다.
사진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보아야 천국같이 보존하고 가꾸고 싶어진다는 느낌을 얻는다.

우리의 일상과 다른 장소와 사람과 문화에서 새로운 것을 접할 때, 게으르게 활동하던 5감이 새 밧데리 갈아끼운듯 빠르게 작동된다.

아파트의 전자 자동시스템으로 현관문을 관리하는데 버튼도 오래 누르니까
건드리기만해도 반응하던 것이 아무리 눌러도 반응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날이 왔다.
비로소 모든 것은 자주 쓰면 낡아지고 닳아지고 급기야 갈아끼울 날이 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았다.
새로 갈아끼운 날의 손가락끝에 닿는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까.
머리가 핑핑도는 젊은이가 날샌 감각으로 우리를 대하는듯 신선감이 들며 오히려 우리의 현주소를 본듯하는  낭패감이 앞을 가렷다.

그것도 잠시, 버튼의 근처에만 가도 반응하는 그 쾌감을 잊고  어느새 일상인양 당연하게 살아가는 날이다.
인간의 타성을 길들이지 않으려면 간간히 낯선 여건 속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야한다.

그런의미에서 나는 낯선 자연 앞에 서면 규모와 기후의 특성까지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잘 찍어올린 사진에서는 선택하는 사람의 예술혼이 깃들어 있어 자연과 동시에 사람까지 감동의 소재로 얻을 수 있다.

이유없이 기분좋아지는 날은 아름답고 신비한 자연과 마주 대한 날이다.
이국의 문화와 악수한 날이다. 정겨운 사람들과 사진 속에서 눈인사라도 한 날이다.
그러면 꿈을 꾼다.
"건강해야지. 저 사진에서 보았던 노란 양귀비꽃이 내가 찾아갔을 때도 피어 있으면 좋겠는데,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가던 길에서 만난  밀밭의 아마폴라만큼이나 예쁠까?"

어느새 마음은 꽃밭이 되고 호수가 된다.
"답답한 소식일랑 잊자."
나는 상상의 세례식을 거행한다.
그림의 호수 앞에 엎디어 바가지로 호수의 물을 푼다.온 몸에 끼얹는다. 어두운 소식이 남긴 감정의 구정물을  자꾸 씻어낸다. 아무도 대신 씻어줄 사람없어 저 호수물로 내가 씻는다.

전생에 나는 뜨내기 별이었을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의 향기에서만 인생의 호흡이 유연해질 때마다 그것을 생각해본다.

마음 가난한 오늘, 기대감 넘치게 채워지는 사진 몇장으로 오는 충일감, 마음가득 미감의 세포분열이 일어난다면 나는 글로 보답하리라.
어느 곳에 보이지 않는 풍경을 만들리라.

꿈꾸며 행복은 시작되었다.
꿈을 찾고, 보고, 전하고, 나누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모두가 나무의 속성을 나누어 지닌 사람들이다. 더불어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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