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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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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의 운명

오정순 76 마른 가슴에 연분홍 불꽃이

SHADHA 2004. 1. 30. 13:20


오 정 순




마른 가슴에 연분홍 불꽃이.....

04/07






며칠 바깥에 마음쏟을 틈이 없어 바쁜

걸음으로 지냈더니

윤중로를  날마다 지나는 남편이

벚꽃보러 가자고 보챕니다.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고'도 아니고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도

아닌, 마침표 찍어두고 원고지 메꾸는

글쓰기하듯  정년을 1년 앞두고  시간

을 의식하며 삽니다.

나는 날마다 행복하여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욉니다.

마침표 찍기가 어려운가봅니다.  

가까운데 있는 벚꽃은 당연히 피는 꽃이

고 먼데 있는 꽃은 불러서 가는 것이기

에 의미가 있다고 하며 기아를 밟네요.

먼지 풀풀 날리며 쓸쓸히 가로를 지키는

벚꽃은 아직 미성숙합니다.

화엄사 경내에서 만난 홍매 한 그루가

도닦은듯 맑은 웃음으로 나를 반깁니다.

누가 묻지도 않는데

나는 저나무를 닮고싶다고 중얼거려요.

홍매가 내 눈을 씻어주고 지리산 자락의

청대식당 사람들의 인심이 나를 복되게

만들어주니 그제서야 내가 벚꽃으로

들어갑니다. 꽃마음이 됩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가난한 가슴으로

먼저 꽃으로 들어거지못할지 나는 모릅니다.

피어주기만 하여도 고마운 것들

약속없이도 피는 꽃들

그래도 봄을 많이 기다리지 않았던 것은

지난 겨울이 그리 외롭지 않은 탓인가

아님 내 안에서 꽃을 피운 탓인가

그래도 좋고 저래도 좋습니다.

속에서 피든 겉에서 피든

한번 진 꽃은 다시 필 것이 확실하므로

지는 꽃 미련두지 않고

언제 필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의연해집니다.

세월은 가고오고

사람은 들숨날숨하고

누군가 오고 누군가 가고

사는 것은 그저 단순합니다.

보이는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는 일을 하지요.

꽃이 피며 소리를 낸다면

벚꽃 아래서는 귀를 막아야 해요.

마른 가슴에 불꽃을 피우며

조용하지 못하니까요.

불을 잘게 부수어 꽃으로 달아놓고

꽃잎 떨군 자리에 핏빛벚지를 달테니

그 속 내가 알지요.

그 속 내가 알지요.

*SHADHA님
다시 뵐 수 있어서 반갑습니다.  
성공과 실패란 극단의 말을 하시기엔 아직 이릅니다.
그리고 그 말은 관으로 가져가는 말입니다.
우리는 묵묵히 살아갈 뿐입니다.
우리는 살아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열심히 무언가에 마음 쏟으며 살 뿐입니다.

다시 꿈꾸는 날들이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