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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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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의 운명

오정순 86 방랑자

SHADHA 2004. 1. 30. 13:41


오 정 순




방랑자

09/01






방랑자

티벳에서의 7년
남산의 어느 호텔에서 있었던 시사회에 갔던 날, 이곳마저 방랑자의 구미를 맞추는구나 싶었지요.

비가 오면 남산으로 가고 싶다.
눈이 와도 남산으로 가고싶다.
봄이 오면  늘어진 벚꽃을 만나러 남산으로 가야지 한다.

하고 싶다는 구호에는 하지 못하는 마음이 담겨있고 하지말자는구호에는 하고있는데 잘 않 끊어진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히말라야에는 가지 못할 것같아서 늘 가고싶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만난 브래드피트가 보는 티벳과 내가 보는 티벳이 다르고,
내가 생각하는 산의 개념과 브래드피트가 보는 산의 개념이 달라서 그 영화의 스케일에 비해  내용이 빈약해 보였던 거다.
그래도 눈 위에 타고 가던 말을 잡아 쇼파처럼 깔고앉아 피가 흐르는 살코기를 먹으며 석양의 실루엣을 만든 그 영화의 장면은 압권이었다. 나도 한번 그곳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게 터진 탄식-어디에도 아름답지 않은 곳은 없다는것.

어딘들 낯설기만 하던가.
마음먹기 나름인걸
그들이  나같고
내가 그가 아닌가 싶기도 하는 지구가족사이에서 조수미뿐 아니라 나도 가끔
고아같다. 실향민 같다.
우주의 어느 별에선가 파견나온 이방인같다.

풍경속에 풍덩빠지게 하는 사진의 힘에 새삼 나는 감동한다.
내가 수필을 좋아하는 이유는
허구가 아니라는데 매력을 느끼듯,
내가 사진에 빠지는 것은
어디를 어떻게 잡았건 허구가 아니라는데 있다.

나는 종종 63빌딩에 간다.
아이맥스 영화를 보러간다.
후련하고 시원하다.

보는 것이 듣는 것보다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들의 기억으로 채워진 나의 내면에서는 그것들이 합성하여 무엇을 만들어 낼지 아직 다 모른다.

기억들이 엉기어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으리란 상상만으로도 살맛을 느낀다.

그 맛은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먹어도 좋을 양식일 것이기에 나는 즐기며 담아둔다.

*딸이 시험을 마친 밤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며 액땜을 해준 밤
반바퀴만 더 굴러갔더라면...생각만으
로도 아찔한 날
딸을 위해 하루종일 기도했는데 아들이 힘을 받는다는 느낌
아들 한 명 새로 얻었습니다.
차 앞이 박살이 났는데 아들은 아무렇지 않습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마다가 축복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새로운 주일의 시작에 팡파레를 울립니다. 모두들 행복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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