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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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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의 운명

오정순 85 저 회칠 좀 했습니다

SHADHA 2004. 1. 30. 13:40


오 정 순




저 회칠 좀 했습니다.

08/30






저 회칠 좀 했습니다  

세계의 베스트셀러라는 성서는 비유의 황금어장이다. 예수시대의 모든 환경과 풍토와 생활습관까지 모두 성서속의 비유로 등장한다.
처음 성지 순례를 갔을 때 그 비유의 현장에 서 보는 것만으로도 아하!를 연발하였다.
산상수훈의 장소, 갈릴리 호수가, 무덤양식...을 보면서 성서를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 있도록 보탬이 된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우리네의 토분에 비해 돌무덤을 하는 그곳 습속에서만 회칠한 무덤의 비유가 가능해지는데 건축물에 회칠을 하는것 또한 이미지상 별반 다를게 없다.  

터어키나 그리이스의 섬에는 모든 건물을 하얗게 칠을 하였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멀리서 바라보면 신성한 느낌을 주지만, 사실 그곳에 가까이 가보면 낡고 칙칙한 건물들이라 보다못한 정부의 강제적 방침으로 모두 하얗게 칠해버렸다고 한다. 우리는 그 곳을 지나면서도 "회칠한 무덤"하며 눈웃음을 나누었다.

그 회칠한 무덤 이야기를 강론중에 하시는 신부님이 조금 찔린다고 하시며 나이든 분들은 더욱 많이 찔리겠지요?하시는 거다.

"예, 신부님 지금 깊이 찔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자기통제나 제어가 잘 되지 않는 요즈음 며칠, 계속 자기고발하느라고 정신 못차리겠는데 "더 깊이 찔리세요." 하며 마구 말송곳을 들이대시는 거다.

나이도 유죄라고 진즉 간파하였지만 얼마나 나이든 사람들이 찔러도 찔리기조차 않는지 더 깊이 찔리라고 하니 아예 들이댔다.

저 깊이 찔렸습니다. 이런 날에는 다른 책을 읽어도 꼭 그런 구절만 눈에 들어온답니다. 미사가기 전에 치킬과 하이드 이야기를 읽고 갔는데 그만 두 색을 한 사람이 동시에 지니고 산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찌르니 어떻게 합니까. 예 그렇습니다가 정답인걸요. 남보기에 볼성사납게 하고 싶지 않아요.인정받고 싶거든요. 멋지고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솔직하고도 싶거든요. 이미 많은 부분이 망가져 가고 있기에 더 싱싱하고 싶기도 하지요. 알기라도 하면 얄밉기라도 덜 할까봐 고백합니다.

저 회칠 좀 했습니다.

사진속의 건물처럼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하였을 때 조금이라도 신선하게 보입니까? 그래도 벗겨낼까요? 추하고 싶지않은 인간적인 한계를 하느님이 인정해주신다면 아마도 괜찮다 괜찮다 네가 좋다면 그것이 무에 탈이겠니 괜찮다 하실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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