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여행
우리 땅 우리 산
04/07
4월 초순을 아주 여유롭고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평일에 주어진 특별 휴가같은 한가로운 날들이 있어 남부 지방 여러 곳을 답사할 수 있었답니다.
전국이 벚꽃 공화국으로 벚꽃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들이 허다히 신문에 보도되더니만 여행을 해 보니 제 철맞은 벚꽃들이 여기저기 휘날리며 봄을 채색하고 있더군요.
버드나무 가로수도 예전에는 많았는데 어느 새 다 사라지고 이미 져 버린 목련 아이들 눈부신 웃음같은 개나리도 간간이 보였는데 다양한 가로수를 대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일전에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온 어떤 사람이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왜 이렇게 볼 품 없이 작으냐고 불평어린 소감을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형은 노년기라 산세가 부드럽고 나즈막하며 험준하지 못합니다. 전 국토의 70%가 산이라 너른 들이 드물고 지평선은 아예 볼 수 도 없는 나라입니다.
그 자연의 규모에 어울리게 작고 소담스런 문화재를 아주 적절한 비례 구조로 있는 듯 없는 듯 자연과 동화되어 눈에 뜨이는 거대하고 장엄하며 화려한 문화 유적이 없지만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로 건축하였고 그나마 삼천 리도 채 안 되는 국토가 유사 이래 끊임없는 외침을 당하여 약탈과 도굴에 전통적인 목조 건축물들이 화를 입어서 변변하게 남아 있는 것이 없노라고. (그리고 급작스런 경제 개발로 남아 있던 우리 고유의 모습마저 사라져)
우리 좁은 땅, 할머니 등같은 산세에 거대하고 뽀족한 유럽 식 성곽과 피라밋이 과연 어울리겠습니까? 만리장성이 이 좁은 국토에 어떻게 세워질 수 있겠습니까?
우리 나라의 아름다움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수수함과 소박함 그 자체로 우리 선현의 고유한 숨결을 오롯이 전해 주고 있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사람을 압도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세상 여러 나라들이 제 각각의 언어와 습관과 사색으로 자기 땅에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고 극복하여 이루어 낸 문화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결코 우열은 있을 수 없음은 어느 나라에서도 눈과 마음을 열면 체험할 수 있더군요.
저는 우리 나라를 완벽하게 다 순례하고 해외 여행을 하니 정말 여러 나라의 문화적 차이가 저절로 공부가 되었습니다. 우리 것이 못 하고 다른 나라 것이 우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것도 좋고 나쁨이 있고 다른 나라 문화 역시 동일하게 그러함을.
shadha님께서 전부터 해외 여행과 곁들여 우리 나라의 명소들도 아기자기하게 칼럼으로 소개해 주어 균형어린 여행가이심을 알았지만 이제 우리 땅 구석구석에 어린 고유한 풍광과 문화적 숨결을 탁월한 감수성으로 캐내어주실 것을 기대하니 기쁘기 한량 없습니다.
진해, 동해 바다, 강원도 오지, 서울, 수원성. 그리고 남해안과 서해안
어느 한 곳도 빠짐없이 저에겐 다 고향같은 곳입니다. (우리 나라 곳곳이 다 고향같지만)
정겨운 우리 땅, 우리 산, 우리 바다, 우리 문화재를 순례하시며 땅의 회상 2부를 여심을 축하드리며 건필하십시오.
우리 땅에 대해선 유난히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이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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