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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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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의 첼로

아스라36 가을 편지

SHADHA 2004. 2. 8. 16:27


아 스 라


C03


< 가을 편지 >

10/03





무슨 꽃이든 흰 빛으로 바꾸는 나는

아마 숲속의 오두막에 사는

마녀일지 몰라요.

늘 늦도록 황토 냄새 피어 오르는

어둠을 기다리는.

그 어둠 속에서 순결한 백합의

꽃잎을 뜯어내는.

평이함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될까요? 나중엔 모두.

아우르고 삭혀서 마지막에

남는 그 평이함.

왜 순간의 그 불꽃을 껴안으면

안되는 거지요?

재만 남은 빗소리만 듣기에는

이 生이 너무 짧지 않나요?

누가 빗방울에 술을 섞는지 모르겠어요.

죽음처럼 서서히 마취되어지는 비.

노오란 달맞이꽃 냄새도 나고

짙은 치자꽃 냄새도 납니다.

이 빗속에.

누군가 나를 저울질하던 그 시간쯤

난 불모산 휴게소,

바람이 푸르게 지나는 골짜기를

바라보며 신경숙님의 '부석사'를 읽었습니다.

조용기씨인가요?

'비파 그늘아래서'그것두요.

미황사 소 이야기가 거기서도 나오더군요.

바람이 일렁이는 생명의 틈에

서걱거리며 떠도는 몇개의 浮石들...

초읍동 어린이 대공원 안의

성지곡 수원지를 한바퀴 쭈욱 돌면서도

나는 그 바람 소리를 지울 수가 없었답니다.

웬지...

그냥 끊어지지 않고

흐르는 강이 되고 싶었습니다.

토막나서 사막의 호수같이 말라가는 나를

되비치는 일이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이 가을 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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