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스 라
< 가을 편지 >
10/03
무슨 꽃이든 흰 빛으로 바꾸는 나는
아마 숲속의 오두막에 사는
마녀일지 몰라요.
늘 늦도록 황토 냄새 피어 오르는
어둠을 기다리는.
그 어둠 속에서
순결한 백합의
꽃잎을 뜯어내는.
평이함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될까요? 나중엔 모두.
아우르고 삭혀서 마지막에
남는 그 평이함.
왜 순간의 그 불꽃을 껴안으면
안되는
거지요?
재만 남은 빗소리만 듣기에는
이 生이 너무 짧지 않나요?
누가 빗방울에 술을 섞는지
모르겠어요.
죽음처럼 서서히 마취되어지는 비.
노오란 달맞이꽃 냄새도 나고
짙은 치자꽃 냄새도 납니다.
이 빗속에.
누군가 나를 저울질하던 그 시간쯤
난 불모산 휴게소,
바람이 푸르게 지나는
골짜기를
바라보며 신경숙님의 '부석사'를 읽었습니다.
조용기씨인가요?
'비파 그늘아래서'그것두요.
미황사 소 이야기가 거기서도 나오더군요.
바람이 일렁이는 생명의 틈에
서걱거리며 떠도는 몇개의
浮石들...
초읍동 어린이 대공원 안의
성지곡 수원지를 한바퀴 쭈욱 돌면서도
나는 그 바람 소리를 지울
수가 없었답니다.
웬지...
그냥 끊어지지 않고
흐르는 강이 되고 싶었습니다.
토막나서
사막의 호수같이 말라가는 나를
되비치는 일이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이 가을 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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