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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아스라66 적막 다음에 오는 것 본문

아스라의 첼로

아스라66 적막 다음에 오는 것

SHADHA 2004. 2. 8. 19:57


아 스 라



C03



적막 다음에 오는 것

03/04






적막이 친구가 되어 나를 부른다.
아니 언제나 마지막까지
나를 기다려준 것은 그 놈이다.
혼자 걸어가도 좋은 안온한 뒷모습
목소리를 잃은 후에 다가갈 수 있는
심중에 갈앉은 깊은 목소리.
나는 외로워 늘 말을 잃고는 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보다 더 외로운 것들을 향해.
아무래도 입을 열 것 같지 않은
그 외로운 석상을 향해.
꽃들은 말이 없어서 좋다.
말없음으로 말을 다 하고도 남는 꽃,
나는 꽃에게 다가가 겨울의 안부를 묻는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를 데불고
하얀 목련조차 틔워내는 봄빛
혼자 있는 것들은 눈이 부시다.
너무 눈부셔서 안개속으로 사라진다.
소나무의 붉은 종아리에 벚꽃이 흐르고
아직 녹지 않은 노을이 걸려있다.
여자는 풍경 속에 떠 있는 섬인가?
그렇게 시들 줄도 아는 유채색 여운이런가?
먼 빛으로 그녀의 영상이 훑고 지나갔다.
물결은 언제나 그 허리춤에 찰랑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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