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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부산 차이나타운과 텍사스 본문

靑魚回鄕(부산)

부산 차이나타운과 텍사스

SHADHA 2006. 9. 13. 22:53

 

 



부산 차이나타운과 텍사스

부산 외국인 상가 거리







그 밤에 옥상에 올라 하늘을 올려다보니
밤하늘의 구름은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흐르는 구름과 구름사이로 별들이 보인다.
네온사인등이 화려한 도심의 밤 풍경을 돌아보니
먼 영도섬의 수많은 불빛들이 하늘의 별보다 더 빛나고...
찹찹하게 식혀진 바람이 살결을 지날 때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아! 가을바람이 불어 오고 있다.
바다와 항구따라 불어오는 가을바람타고
열정적인 피아노 음악이 들려온다.
Maksim이다.

가을바람에 묻혀진 음악소리가 폐부로 드니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내 어디론가 떠나야한다는 신호가 되었고
나는 가을바람에 취한 몽유병 환자처럼
거리로 나서 걷기 시작했다.

수단 항구를 걸어가듯
지중해 연안의 오랑 시가지를 가로 지르는 듯,
시드니 베네롱곶 해질 무렵의 산책처럼,
알프스아래 루체른의 호숫가를 산책하듯,
불꽃놀이가 아름다웠던 하우스텐보스의 밤거리를 걷는 듯
Maksim의 음악스타일로 헨델이나 그리그의 음악을
스스로 배경으로 깔면서 걷고 또 걸었다.

애쓰다 다 타버린 내 가슴에
아직 낭만과 감성이 마르지 않고 남아 있는걸까 ?
사랑은 남아 있을까 ?

부산역 광장까지 그리 걸었다.









부산역앞 큰 도로 맞은편 뒷골목,
초량에서 영주동입구까지 이어진 그 뒷골목은
우리가 흔히 텍사스라고 부르는 길이다.
화교의 거리와 맞붙은 그 곳에는 한 때
미군들과 외국 유람선 관광객들이 붐비는 환락가였다.
십수년전에 텍사스거리의 뜻있는 업주들이 모여
부산을 찾는 외국인들의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텍사스 거리를
독창적이고 개성이 있는 건물들과 거리로 조성하기 위해
업주들이 조합을 만들고 내게 계획을 의뢰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몇 몇 사람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지 않고
눈 앞에 보이는 현실적인 타산에 앞서서 반대하는 바람에
그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 이후 텍사스거리는 점점 슬럼화 되어가고
그 거리를 찾는 미군들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면서
가게들도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외국인 관광객이나 미군들이 떠난 자리에
가난한 러시아인들과 카자흐스탄, 동남아시아인들이 거닌다.
때로는 한국인들이 러시아 여인들과 술을 마시기위해
이 환락가를 찾는다고 한다.
이제 온통 그 거리는 텍사스거리가 아니라
러시아 거리가 되어 버렸다.
모든 간판들이 러시아어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차이나 타운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 조금은 느껴지던 중국풍의 거리 느낌도 사라지고
점포수도 눈에 띄게 더 줄어버렸다.
그 자리에도 러시아인들을 상대로 하는 싸구려 술집과
상점들이 점령해 들어가고 있었다.
외국의 차이나타운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정도로
초라하고 볼품이 없다.

부산은
대한민국의 제 2의 도시이며
인구 370만의 세계적으로도 큰 대도시에 속한다.
(전세계적으로 300만이 넘는 대도시는 70개 도시 정도이다)
우리나라 제 1의 무역항이며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에 속하는 무역 물동량을 가진 큰 항구도시,
아시아의 해상 관문인 곳
그래서 많은 외국인들과 문물이 들어오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국제도시 부산의 외국인들을 위한 거리는
초라하다 못해 슬럼화되어 있다.
뒤늦게 차이나타운 거리를 조성한다고 대형 관문들도 세우고
외국인상가 간판도 크게 걸어 놓았으나
우리나라 관행이 늘 그러하듯 아주 형식적이다.
눈 앞의 작은 이윤에만 급급한 상인들의 비협조적인 부분도
크게 작용하겠으나 아무런 대안없이 현실에만 안주하는
행정당국의 미온적인 태도가 더 큰 문제이다.

일반 거리에 있는 중국음식점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중국음식점 몇 개 있다고 차이나 타운일 수는 없다.
중국 베이징이나 상해에 있는 음식점들처럼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요리점들이 차이나타운을 형성하고
중국의 문화와 예술이 접목되어 있는 곳이 되어야한다.
다양하고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있는 부산의 외국인 거리는
매춘의 소굴로 변해가는 싸구려 러시아 술집들만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호객행위만 할 것이 아니라
세계의 여행객들과 국내 관광객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점들이 거리를 채우고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거리 축제로 변모시켜서
명실공히 세계적인 항구의 외국인 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슴에 담아 보면서 10월 중순에 열린다는
차이나타운 축제는 어떤 모습일까하는 생각을 했다.

가을바람이 부는 날
부산 외국인 상가 거리를 거닐면서...



부산 차이나 타운























텍사스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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