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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가을에 만난 카페에서 본문
가을에 만난 카페에서
Cafe Cesil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가을> 조병화...
예전부터
금련산에 오르는 길목 어귀에 자리잡은
느낌 좋은 카페를 눈여겨 보았었다.
인연은 우연히 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미리 어떤 예시를 주고 오기도 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땅이든, 물질이든
특별한 느낌과 함께 깊은 관심이 가는 것은
꼭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인연이 되어서....
늘상 차를 타고 그냥 지나쳐 버리던 그 카페를
자주 가게 되는 장소가 되는 계기가 생겼다.
요즘은 아파트 분양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서
아파트 단지 계획보다는 실버타운 계획이 많아졌다.
금련산 오르는 길목에 있는 땅에 실버타운 계획을 맡았는데
눈여겨보던 그 카페 근처의 땅이였다.
가을 햇살이 아주 맑은 어느 토요일 이른 오전
처음 현장 답사를 가는 날
낮은 담장 너머로 기웃거리다 돌아갔다.
너무 이른 아침이어서 문을 열지 않았던 탓이다.
그 후 10여일이 지난 후
나는 그 카페안으로 들 수 있었다.
계획안이 완성되어 사업주에게 브리핑을 하기로 한 날
약속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하여
등나무로 둘러싸인 벽에
평화롭게 기대여 있는 안락의자옆
격자간살창이 있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잔잔하게 흐르는 쇼팽의 즉흥환상곡과
커튼과 창, 그림과 장식
한쪽 벽면에 세워진 첼로가 차분하게 어우러져서
가을을 노래하는 듯 했다.
양복 윗저리를 벗고 창가에 앉아
향기로운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니
가을이 다가 오기 시작했다.
주어진 어떤 공간안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더 푸르른 가을을 만나게 해주었다.
카페 세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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