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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지리산 벽송사 본문
지리산 벽송사
碧松寺
고즈녁한 느낌이 드는 山寺였다.
가을 햇살에 담긴 평화로운 풍경속에서
지나버린 세월속에 묻혀진 동족상잔의 아픔이 숨어 있는지
차마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맑고 단아하게 느껴지는 비구니 스님들의 친절속에서도
그 슬픈 사연들을 알지 못했다.
2차대전 중 파리를 점령하던 독일군도
다시 파리를 탈환하던 연합군도
파리의 문화재와 유적지들은 파괴하지 말자고
약조하고 전쟁을 하였다는데....
유구한 역사를 지닌 큰 사찰 벽송사는
동족을 죽이기위해 우리의 손으로 다 불태웠다고 하니
왠지 알 수 없는 분노와 함께 슬픈 恨을 느낀다.
그러나 벽송사에서는
오래 슬퍼할 겨를이 없다.
한적하고 평온한 풍경들이 지리산을 배경에 두고 있으니
금새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山寺 뒷편 대나무밭 너머로 다정하게 나란히 서 있는
변강쇠, 옹녀나무가 이채롭다.
천왕봉에서 중봉을 거쳐 하봉에 이르면
지리산 능선에서는 보기 드문 암릉이 이어지는 능선길.
인적이 드문 이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얼음터가 있고
오른편으로 향하면 용이 노닐었다는 엄천강의 용류담을 만나고
왼편으로 내려오면 광주리점이 있었다는
광점동마을과 벽송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벽송사는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에 자리잡은 사찰로
숱한 창건 설화와 이에 얽힌 얘기들이 남아 있다.
칠선계곡의 들머리인
추성동에서 2km남짓 떨어진 산자락에 위치해
걸어 오르려면 가는 길이 쉽지 않다.
벽송사는 우선 입구의 목장승부터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고
신재효의 판소리 열두 마당 가운데 가루지기(변강쇠타령)의
주무대가 벽송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땅에서 불교가 배척 당하던 시기에
불사를 일궈 사라져가던 조선시대 불교의 맥을
면면히 이어온 벽송사는
6·25당시 인민군의 야전병원으로 이용되는 수난을 당했다.
빨치산의 야전병원으로 이용되어 국군 토벌대와의 교전으로
사찰이 불타고 수많은 인민군들이 죽었다 한다.
벽송사의 소실은 지리산 자락 곳곳에 남겨진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의 아픈 흔적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을 통해 인생무상을 느끼고 구도의 길을 걸었던
벽송대사의 정신이 서린 벽송사에서
4백여 년이 지난 후 동족간의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또 다른 의미를 우리에게 부여하고 있다
....관련자료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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