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개성과 서울, 7월에서 12월까지 본문
개성과 서울, 7월에서 12월까지
2008년 하반기를 추억하며
2008년 하반기는
나의 일생에서 처음이며 새롭게 경험하게 되는 독특한 생활방식으로 살았다.
우리나라의 남쪽 끝 부산에서 서울을 경유하며 개성을 오가는 삶.
개성에서 지속적으로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마다 남쪽으로 돌아오는,
하여, 부산이 거주지인지, 서울이 거주지인지, 개성이 거주지인지 혼동하는 생활.
7월10일 바람쐬러 가는 듯 갔다가 여름을 머물고, 가을을 지나서 겨울이 되어서야
그 독특한 여정의 생활방식을 끝냈다.
하여야 할 일을 아무런 사건, 사고없이 잘 마무리 지었음에 만족하며....
황량한 땅으로 스스로 유배를 떠난다는 심정으로 휴전선을 넘으면서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땅으로 간다는 기대감과 약간의 불안감,
낯선 땅에서의 외로움과 갈 곳도 없고, 볼 것도 없는 곳에서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지루함.
그것이 익숙해 질 때 나는 엎드리면 코 닿을 곳에 있는 개성시내,
고려시대의 역사를 담고있는 개성시내를 가보지도 못하고 그 땅을 떠나 부산으로 돌아왔다.
여름,
엄청난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찾았던 충남 당진과 수덕사,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머물렀던 수원 화성과 수원 행궁,
가을이 시작되면서 산책을 하게 된 곳들,
서울 북촌마을과 안양 예술마을,
부산 광안리 바닷가에 잠시 머물며 즐긴 바다 미술제,
서울 하늘공원과 예술의 전당, 그리고 서울 숲.
파주 헤이리 마을과 영어마을 산책, 그리고 해 질 무렵 거닐었던 일산 호수공원,
추석때 부산으로 돌아와 즐긴 광안리의 부산 불꽃 축제와 영화 맘마미아,
서울의 아름다운 가을을 느꼈던 가을 선유도와 암사동 선사유적지, 광나루, 올림픽공원
가을의 끝자락에 만났던 환상의 가을 빛,
창경궁과 종묘, 서울대공원과 서울경마장, 마로니에광장과 낙산공원,
남북간 경색으로 인한 긴장감이 흐르던 개성공단에도 겨울이 찾아오고
초겨울 햇살아래 딸을 기다리며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던 코엑스 광장.
차갑고 쓸쓸한 하늘아래에서 걷던 독립문과 서대문 형무소 산책을 끝으로 나의 독특한 여정은 끝났다.
개성공단에서 나는 외롭지만 유일하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으로 머물렀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사현장과 공장안에 머물러 텅빈 거리.
나만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규제나 제약이 없이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회사 유니폼이거나 양복 정장차림이거나 현장 노무자 차림이였으나,
나는 유난히 눈에 띄게 자유로운 의상을 입고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이였다.
하여 개성에서 자주 가게되는 마트의 북한여성 종업원들이
....선생님은 남쪽 연예인 갔음메다. 라며 나의 직업을 묻기도 했다.
또한 나는 개성공단안에서 유일하게 친구나 동료가 없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기도 했다.
저녁이면 혼자 송악산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뚜벅뚜벅 어둠속의 황량한 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와
호텔 2층의 일식당 청류관에서 늘 혼자서 저녁식사하는 손님이였다.
점심식사 후에는 혼자 걸어서 커피를 마시며 민족공원을 산책을 하거나,
공사현장 뒷편 마당에 앉아 북한근로자들이 하는 배구경기를 자주 지켜보다 보니
북한 인부들을 통솔하는 반장이 내게 웃으며 말을 건네기도 했다.
....감독선생은 체육을 좋아하는 것 같습메다....
그들은 내게 남쪽 간부선생, 또는 감독선생이라고 불렀다.
그들에게는 당간부라는 직책이 두려움과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 것 같았다.
대한만국과 북한 사람들이 그렇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개성공단에서의 4개월.
때로는 많이 외롭고 지루하고 몸과 마음이 심하게 아프기도 했으며,
때로는 새로운 즐거움과 경험으로 행복하기도 한 나날들이였다.
이제는 다시 예전의 제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희망과 새로움을 향하여 달려 갈 것이다.
올 크리스마스때에는 서울에 머무는 작은 딸이 부산으로 잠시 내려와
가족이 다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들을 가지며 2008년의 행복찾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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