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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선유도를 거닐며 본문

한강 독백(서울)

선유도를 거닐며

SHADHA 2009. 3. 2. 10:18

 

 

 

 

선유도를 거닐며

 

부산 갈매기가 날아서 간 곳

 

 

 

 

 

 

        선유도,
        우리는 그곳에서
        더 이상 파괴가 아닌 조화로서의 미래를 꿈꾸어 본다.

 

        부산 갈매기 한마리가 지쳐가는 날개를 퍼득이며
        서울로 날아가서 한강위를 선회하다가 한강 선유도에 잠시 머물렀다.
        사냥감이 바닥나서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바닷가 도시를 떠나
        그래도 아직은 날개를 열심히 움직이면 먹이를 찾을 수 있는
        서울이 낫다는 주위의 권고에 따라 동향을 살피려 날아온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던 바닷가 도시,
        그곳에 머문다고 굶는 것은 아니다.
        햇살드는 해안가에 한가로이 앉아 있어도,
        분주한 날개짓을 하지 않아도,
        바닷가로 떠밀려오는 부유물을 여유롭게 먹고 살아도 되지만,
        아직 힘찬 날개짓을 하며 푸른 창공으로 높이 치솟았다가
        싱싱한 먹이를 찾아내고 그것을 향해 힘차게 날고싶은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높이 날고 힘차게 날개짓하는 것이 사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쉬지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삶의 의미이며 희망이며 꿈꾸는 이상일 수 있다.
        평생을 일하며 살던 사람이 할 일이 없어 아무 것도 하지않고 있는 것은
        죽는 것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몇 달 쉬었다고 그런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현실, 그 미래를 추정하여 볼 때,
        이 도시에서는 한치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회색빛 안개가 끼어있기 때문이다.

        할 일이 없다는 것,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쉬고 있는 내가 싫은 것이다.

 

        작년에 서울 중견회사에 본부장 자리를 맡아 자리를 잡고있는 의동생이 내게
        내가 서울로 올라와야하는 당위성을 열심히 설명하고 회사를 확장하면
        사무실에다 내 방을 하나 만들어 놓을테니 서울, 부산을 오가며 일하는 것이
        어떠냐고 하여 그냥 지나가는 말로 그러라고 했는데,
        서초동에 있는 사무실을 확장하여 인테리어 공사도 마치고 가구도 다 들여놓고
        나를 서울로 올라오게 한 것이였다.

        머리속에 여러가지 고민과 갈등이 겹치는 날,
        나는 그 사무실을 나와 같이 동행했던 P실장과 함께 홀연히 한강변을 거닐고
        한강의 아름다운 섬,
        겨울 끝자락에 머물러서 황량하게 느껴지는 풍경이 있는 선유도를 거닐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더 이상 파괴가 아닌 조화로서의 미래를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