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상념에 젖어 걷는 덕수궁 돌담길 본문
상념에 젖어 걷는 덕수궁 돌담길
사람은 달라서 아름답다 2
무교동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만족스런 저녁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청계천을 따라 잠시 거닐다가
대로를 건너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좋아진 것 중 하나는 다양한 종류의 브랜드 커피를 저렴한 가격으로
간편하게 구입하여 손에 들고 산책하면서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금요일 오후 6시가 되기 전에 서울역으로 나왔으나 부산행 열차는 9시 10분에야 탈 수 있어서
표를 예매한 다음 서울역에서 숭례문 보수현장을 지나 시청앞을 지나 무교동길을 걸었었다.
약간 쌀쌀한 날씨지만 기분은 비교적 상쾌하여 걸으면서 콧노래를 부를 정도였다.
그러고 싶지않아도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돌다가 정동길로 접어들면 늘 어디선가 음악이 흐른다.
정동길은 묘하게도 아련한 향수를 일으키며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동행한 p실장에게 건축가보다는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음악을 작곡하고 지휘하는 마에스트로가 되고 싶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그리고는 정동길을 거닐며 입은 음악을 연주하고 손은 지휘를 하면서
스스로 행복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지나는 사람이 드문 밤거리의 정동길에서 .....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 인간이 태어나서 얼마나 더 잘 살았느냐는 것은
얼마나 보다 더 많은 행복의 순간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느냐는 것으로 귀결하고 싶다.
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행하며, 베풀고 사랑하는 것,
또는 배려하고 용서하는 것, 그리함으로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것.
때로는 나도 인간이기에 지독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하루에 몇 편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거나,
좋아하는 브랜드의 커피솦 테라스에 앉아 카페라테나 차오라테를 마시며 풀어내곤 한다.
그리하는 것은 내 인생의 행복에 대한 의무와 책임감때문일 것이다.
서울에 머문 2박 3일 동안의 여정은 그리 만족스럽거나 행복하지 않았다.
서울, 부산을 오가며 일을 하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제는 모든 일에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신념때문이다.
정작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먼저 서울로 올라와 있던 건축과 토목쟁이 두 의동생의 관계가
예전같지 않고 꼬여있어서 쉽게 풀어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이였다.
서울로 올라올 때 내가 그 문제도 해결하고 내려 가려 했었는데 쉽지 않았다.
나의 생각으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까운 사이이거나, 처음 만난 사이이거나 언제나 상대편을 존중하고 배려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면 자신이 존중받고 배려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피를 나눈 가족도, 형제도 다 생각이 다르고, 판단 기준도 다르고, 생활방식도 다르다.
그런데 하물며 타인들은 살아온 배경과 습관과 느끼는 모든 것이 다 다른데,
자기가 살아온 방식에다 모든 것을 맞추려 한다면 트러블이 일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서로가 오랫동안 습관들여져 살아온 삶의 방식이 다른데, 자신의 방법이 옳다고 우겨봐야
결코 그것이 고쳐지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서로 마음만 다치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때로는 용서한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내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것밖에 없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속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갖기에도 겨를이 없는데,
굳이 미워하고, 화를 내고, 불행한 시간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는 생각,
봄이 오는 길목의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그런 상념에 젖기도 했다.
사람은 다 달라서 아름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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