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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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당공원 산책
7월의 대구여행 3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제 2 아양교를 지나는
화랑로 저 먼끝에
부산으로 가는 고속도로 진입로가 보인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가족들과 둘러 앉아 따뜻한 밥을 먹어 본 지가 언제인지,
편안히 소파에 머리를 기대어 앉아 쥴리엣 비노쉬의 영화를 본 지가 언제인지,
낯선 여관방에서
밤새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다,
밝은 회색 하늘빛 드러날 때에
그리운 사람 만나러 오듯 서둘러 망우공원 낮은 등성이로 달려와서
유유히 흐르는 금호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따스한 커피 한잔,
하얀 벽과 붉은 스페니쉬 기와로 장식된 자주 들리고 머물던 파크 호텔.
후정이 바라다 보이는 큰 창이 있는 중국관에서 즐기던
칠리소스 새우요리의 추억을 생각했다.
어느새 숲새로 빠져나온 청결한 햇살들이
혼자 서성이던 자 곁으로 다가와 밤잠 설친 눈을 삭혀준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수몰지구를 고향으로 둔 이향인移鄕人처럼
가고 싶어도 선뜻 내가 살아가던 곳,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
그곳으로 마음 편하게 갈 수 없다는 것이 아프다.
아침 안개가 다 걷혀 갈 무렵
금호강변으로 내려가는 좁은 산책길에 밤새 떨어져 쌓인 낙엽들이 슬퍼 보이고,
아침 가을 바람에 떨어지기 시작하는 낙엽들은 강을 향하고 있다.
밤새도록 강변을 지킨 낚시꾼들의 어깨쭉지곁위로,
머리위로 날린다.
눈처럼, 비처럼...
그리고
아직 떨어지지 않고 겨우 매달려 있는 위기의 나무잎만이
나와 함께 금호강을 바라본다.
같은 운명으로....
...1998년 11월 shadha의 < 고백과 회상 中 대구로의 망명> 중에서....
IMF 사태로 모든 것을 다 잃은지 16년이 지났다.
그 이후 대구로 올 일이 있으면 자주 들리게 되는 곳이 망우당공원과 영남제1루가 있는 언덕이다.
참담했던 지난 날들도 회상하고, 살려고 몸부림쳤던 그때 그 순간들을 다시 느끼며,
좋은 건축가의 길을 올바르게 걷지 않고, 사업가의 길로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잘못된 경영을 하여
내 인생 전체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고, 나의 가족들 삶마져 다른 삶으로 바꾸어 놓은 치명적인 실수.
16년 동안 아무리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몸부림쳐도 끝내 돌아가지 못하고, 가슴에 심장병만 키우고 만...
하여 금호강이 바라보이는 언덕길을 거닐며, 다시는 그런 실수를 또 하지 않기를 다진다.
1998년 보다는 훨씬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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