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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나는 슬픈 발라드가 좋다 본문

告白과 回想

나는 슬픈 발라드가 좋다

SHADHA 2014. 12. 26. 09:30

 

 

 

 

 

나는 슬픈 발라드가 좋다

나의 자전적 40년 음악이야기  2014

 

 

 

1. 입 문
박스형 배터리를 뒤에다 고무줄로 꽁꽁 묶은 작은 트랜지스터.
예전에 우리에게 그것이 유일한 오디오 시스템이었다.
휴일이면 황령산이 바라다 보이는 작은 쪽마루에 엎드려
펄시스터즈의 <커피한잔> 노래를 들으며 그 가사를 부지런히 따라 적기도 했었다.
남진, 나훈아.
두 라이벌 가수의 트로트 노래 속에서 고교시절을 보내고 되고,
대중가요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소풍을 가는 날이면 난 의례히 반 대표로 전교생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남진의 <해바라기 마음>과 <파도의 블루스>
그런 연유로 이름 대신 <어이! 해바라기>라는 별명을 달고 다니기도 했었다.

 

 

 

2. Pop의 입문.
세월이 조금 더 흐르면서 트로트 일색이던 대중가요에서
손창식,윤형주,김세환,양희은등이 중심이 된 포크송 시대.
그때 우연히 트랜지스터에서 들은 존 바에즈의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그 노래로 인해 Pop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여
테리 잭슨, 마리 오스몬드, 어린 마이클 잭슨, 엘톤 죤 등의 이름들을 알아가기 시작했었다.
어느 날 구덕공원(옛 동아대학교 뒷산) 친구와 함께 산책길을 걸으며
그 친구가 부르는<호텔 캘리포니아>와<Dust in the Wind >를 들으며 멋있다고 느꼈었다.
그때부터 Pop을 부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시작했다.
월간 팝송이라는 책을 사서 영문 가사를 한글로 바꾸고, 가사를 해석하느라 영어사전을 뒤졌다.
엘비스 프레슬리,앤디 윌리엄스,캐롤킹,칼리 사이몬,비틀즈,밥 딜런,제니스 조플린,제니스 이안,...
그리고 소망하던 휴대용 야외전축을 사고
복사판(해적판) 레코트 판들을 사서 팝송 부르기를 본격화(?)했다.

 

 

 

3. 가수왕 하비스
그런 노력 끝에(?) 팝송의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은 군대 시절이었다.
매년마다 열리는 부대 안의 노래자랑.
엘비스 프레슬리의 < Do not this Tube >< Love me Tender >< My Boy >로
두 차례나 연달아 사단 내 가수왕이 되면서 부대 안에서 이름과 계급 대신 <하비스>로 통했다.
그것도 그냥 하비스가 아니라 
< 지성! 야성! 전 세계 온 여성의 연인 하비스>였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고 민망스럽지만 그땐 훈장 같은 애칭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상가상으로
애인 사진 콘테스트 하면 1등, 애인편지 콘테스트하면 1등.
(당시 여자 친구가 모 화장품 회사의 신인 모델이었다)
PX (부대안 매점)에서 먹을 것을 대접받고 연애편지 대필해주고, 
다른 부대에서 애인 사진까지 빌리러 오게 되는 왕성한(?) 활동으로 유명인이 되었다.

 

 

 

4. 클래식 음악 입문
군부대 말년 시절. 챠이코프스키의 <1812년 장엄서곡>을 듣게 되었다.
서정적으로 잔잔히 흐르는 고요.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전운과 침묵.
이어지는 격정과 격동으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는 통쾌함.

제대 후 총각시절. 클래식 음악에 깊이 심취하여 갔다.
쇼팽과 리스트, 차이코프스키, 그리그, 라흐마니코프,베토벤과 모차르트. 헨델과 바하.
그리고 멘델스죤.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서정적인 고요함과 열정적인 격함이 같이하는,
음폭의 굴곡이 강한 음악들을 좋아했다.
특히 협주곡을 좋아했었던 것 같았다...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등,
스케일이 큰 교향곡이나 음률의 변화가 적은 실내악보다...

그 시절,
남포동 클래식 음악다방에 하얀 바바리코트 깃을 세우고 폼을 잡으며 들어서던 그런 때였다.
그 시절에 친구들은 나를 <하짜르트>라고 불렀다.
헤어스타일이 모짜르트와 비슷했던 모양이었다.
어머니를 여의고 난 후,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 수십 번도 더 들은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

클래식의 청춘 시대였다.

 

 

 

 

5. 재즈.. 그리고 음악의 전성기
1990년 여름.
건축사가 되고 난 이후 모든 것에 비교적 여유가 많던 시절.
비 오는 여름 오후. 남천동 길을 걷다가 작은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샘 브라운의 < STOP >
그 음악에 끌려 작은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짙은 커피 향 속에 검은 옷을 입은 긴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이
주문받은 음악을 녹음하고 있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 여인이 추천해주는 음악들...
내 취향에 맞추어 골라주는 음악들은 발라드 한 재즈.
한번 들릴 때마다 열몇 장씩의 음반을 사들고 와서 집에서 밤늦도록 그 음악들을 듣고,
마음에 드는 곡들을 녹음하여 차 안에서 듣고 다녔다.
루이 암스트롱, 쳇 베이커, 빌리 홀리데이, 사라 본, 로라 피지, 카르멘 사르, 엘사,
스팅, 에릭크랩톤, 조지 마이클, 머라이어 캐리, 패트리시아 까스, 바시아, 빅토르 라조르 등의
팝과 재즈,샹송,그리고 뉴 에이지 음악들...
플라시도 도밍고와 루치아노 파발로티, 호세 카레라스 등 성악가 테너들의 음악에 빠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내 생애중에서 가장 음악을 즐기는 전성기였다.


 

 

 

6. CD 음악시대
그동안 모은 레코트 판이 2,500장이 넘었다.
이사할 때 이삿짐을 나르던 이사짐 센터 사람이 물었다.
.... 레코드 가게를 하신 모양이죠?
CD 역시 몇 백장을 사 모았다.
그러나 음질이 훨씬 더 나은 CD 음악이 본격화되자 음악에 대한 나의 열정이 식어가기 시작했다.
아마 음악 흐름의 경향이 나의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Pop도 요란하게 복잡하며, 시끄럽고 빠른 템포의 음악들이 주종을 이루고,
랩을 주로 하는 음악들이 성행하면서 음악에 대한 매력을 잃었다.
앤 머레이, 올리비아 뉴튼 죤. 엘톤 죤 같이 내 취향에 맞던 노래와 가수들...
감미롭고 서정적인 음악들과 가수들이 뒷자리로 물러섰다.
내게 CD시대의 음악은 음악 암흑기를 예고했다.

 

 

 

7. 나는 슬픈 발라드가 좋다.
요즘은 팝송을 거의 듣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거나 감정 몰입에 빠질 때 클래식을 주로 듣는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와 라흐마니코프의 피아노 협주곡들을,,,
차로 이동 중에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FM에서 나오는 국내 가요를 듣기도 한다.
국내 가수 중 나는 자우림이 좋다.
그녀는 독특한 대중음악의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베이비복스, 김건모, 쿨, 코요테, 이정현, 왁스... 가리지 않고 즐긴다.
예쁜 여자 가수들의 노래만을 좋아한다고 딸들의 핀잔도 있지만 가볍고 흥겨워서 좋다.
20년 가까이 같이 생활한 동생 같은 P실장과 함께 차를 몰고 나갈 때는 이정현의 노래..
... 반만, 반만 나를 믿어 봐...봐..봐.봐...를 부르기도 한다.
참, 리아라는 가수의 노래 <눈물>이라는 노래도 좋다.
그런데...
며칠 전 오전 차를 몰고 광안대교를 지날 때 쯤,이종환의 음악 살롱인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황혼의 엘레지>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그 노래에 빠져들었다.
알 수 없는 향수...
가슴에서 울컥 무엇인가가 쏟아져 흐르는 느낌.
옛날 흘러간 가요가 좋아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  저도 이제 나이가 드는 모양입니다...

나는 슬픈 발라드가 좋다.

 

........ 11년 전인 2003년의  <나는 슬픈 발라드가 좋다.>

...... 2003년 다음 칼럼 <땅의 회상>에 올린 글...


 

 

 

 

2003년 이후 2014년까지 나에게 음악은...

 

 

 

2003년 그 이후, 다시 한번 더 사업에 실패하고, 재기하려는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음악에 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려났었다.
그러다가 2010년 가을, 의식을 잃은 채, 중환자실에 실려가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다가 다시 살아나서
2010년 겨울 이후, 건강 회복을 위하여 쉬면서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을 때,
우연히 보게 된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그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 가수들이 노래도 너무 잘하고, 편곡도 멋지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박정현과 김범수....
박정현...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음악 취미 속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던 3명의 여성 팦 가수

앤 머레이의 부드럽고 포근한, 올리비아 뉴튼 죤의 여성스러운 음색, 머라이어 캐리의 R&B 창법을 다 가진 가수.

박정현은 내가 7년 만에 다시 음악을 녹음하여 Mp3에 담 아다니며 듣게 만든 가수가 되었다.
박정현의 <꿈에><바보><첫인상><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그대 내 품에> 김범수의 <제발>, 백지영의 <약속>등...
그 노래들은 새로운 음악세계의 문을 여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TV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큰 기대 없이 보았던 그 프로그램에서 내가 오랫동안 가졌던 음악의 편견을 깰 수 있었다.
그 당시 알고 있는 걸그룹은 <소녀시대><원더걸즈><카라> 정도였다.
그런데 씨스타의 효린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아이돌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경악을 했다,
노래를 소화하는 능력과 독특한 음색, 타고난 끼와 재능을 가지고 있는 놀라운 실력의 어린 나이의 가수.
효린이라는 가수 때문에 클래식 음악을 아주 좋아하던 50대 중반의 남자가 아이돌 음악,
특히 걸그룹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고, 걸그룹 노래를 찾아서 음악을 즐기기에 이르렀다.
씨스타, 포미닛, 시크릿, 2n1, F(x), 미스에이, 그리고 나의 음악적 취향에 가장 잘 맞는 티아라.
그리고 노래를 너무 잘하는 여성 듀오 다비치,
스피카, 사고를 당해 안타까운 레이디스 코드, 오렌지 카라멜, 걸스테이, 에이핑크까지..
50대 후반의 남자, 딸을 둔 까닭에 일찍 할아버지가 된 남자가 20대 청년이 되는 이상한 괴리감.
몸과 나이는 50대, 마음은 아직 20대에 머물고 있는 행복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가수다>는 1부 이후에는 점점 관심이 없어지고, 오히려 <불후의 명곡>에 집중하게 되었다.
알리, 에일리, 소냐, 임태경, 문명진, 팝핀 현준과 박애리.. 손승연의 노래까지...

우리나라 가수들이 정말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11년 봄, 주위 가까운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렇게 말했었다.
.... 어쩌면 우리나라 아이돌 음악이 전 세계로 뻗어갈 것 같다.
예전의 아바나 카펜터즈처럼... 가사 내용은 시적이지도 않고, 쉽게 알아들을 수도 없는데.
음률이 너무 신나고 매력적이다.... 포미닛의 < Heart to Heart> 같은 곡들...
아니나 다를까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돌 음악이 K팝이라는 장르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2011년 이후
박정현과 효린, 알리, 에일리, 손승연으로 이어지는 한국 가요를 듣는 전성기를 갖게 된다.
한국가요 이외의 즐겨 듣는 음악으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인 <티베트에서의 7년> 존 윌리엄스 연주곡 등의 영화음악들과,
고란 브레고비치 Goran Bregovic 의 음악들, 새로운 경향의 음악들을 즐기게 되었다.
요즘은 최근 키이라 나이틀리의 영화<비긴 어게인>에서 나온 노래들까지...

스마트폰에 100곡씩 10개 Zone으로 나눈 1,000곡의 다양한 장르별로 구성하여 노래를 담 아다니며,
산책, 여행을 하거나, 사진 찍으러 다닐 때, 이어폰으로 항상 듣고 다니며 삶의 즐거움을 더한다.
10대 때 남진, 나훈아의 노래로부터 시작된 나의 생애를 스쳐간 음악들이

50대 후반까지 40년 이상을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