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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산책 본문

靑魚回鄕(부산)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산책

SHADHA 2015. 10. 13. 09:00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산책

2015 부산 국제건축문화제

 

 

내 몸의 주요 구성 성분인 수분이
이른 아침이거나,
늦은 밤이되면
으례히
쇠붙이를 끌고가는 자석처럼 물가로 나를 끌고간다.

 

요크 스트리트를 따라
온타리오 호숫가 산책길을 그래서 걷는다.

아침 맑은 햇살 비추는 길따라
남으로 남으로....

 

새벽녘까지
온 몸이 흠뻑 젖도록 즐기던 멋진 재즈 축제와.
또 다른 낯선 곳에서의 낯선 밤이어서
쉬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아주 늦은 짧은 잠에 들었다가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몽유병 환자처럼
나도 모르게 호숫가로 나와
아직 눈꺼풀이 채 벗겨지지 않은 눈으로
이미 분주해지기 시작한
토론토의 아침 도시 전경을 본다.

 

세계 최초의 자유 개폐식 지붕을 가진 스카이 돔 곁을 지나.
온타리오 플레이스로 다가서서
토론토 섬으로 떠날 채비를 하는 범선과 페리를 눈으로 타고,
맑은 물로 격리된
호수변 잔디밭에 이르는 피크닉.

더 이상 번잡해지지 않는 아침이면 좋겠다.

 

토론토는
서울을 닮았다.
부산을 닮았다.
그 둘을 섞어 놓은것 같다.

더 부산 닮은
하버 프론트에서 다시 보는
토론토 다운타운.

 

......1996년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부산 시민으로서, 건축을 하는 사람으로서 북항 매립지를 바라보는 관심은 지대하다.

어떻게 개발 될지에 관한 끊임없는 관심이다...

캐나다의 토론토나 벤쿠버, 호주의 시드니를 떠올리면서 멋지고 낭만적인 하버 프론트를 기대하고 있다.

 

북항 매립지에 처음으로 건립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나의 눈에는 외관부터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멋지다, 낭만적이다...보다는 그냥 큰 관공서 건물 같다는 느낌...

아직 그 주변의 건축물과 시설들이 건립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크기만 크지 삭막하다는 느낌.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여행을 하러 배를 타러 가는 곳이 아니라, 그저 업무를 보러 배를 타러 가는 곳 같은 느낌의

삭막한 국제여객터미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20년 전에 보았던 토론토나, 밴쿠버처럼 예술적이며 아기자기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곳은 분명 아니었다.

그냥 여객선을 흉내 낸 외관에다가 엄청나게 크기만한 건물...

 

북항 매립지를 메우는 건축물들이 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처럼 낭만도 없고, 매력도 없는

크기만 크게 짓는 건축물들이 채워지면 어떻게 할까 하는 기우와 염려.

갑자기 쓸쓸함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