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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수영강과 바다가 만나는 길을 따라 걸으며 본문

靑魚回鄕(부산)

수영강과 바다가 만나는 길을 따라 걸으며

SHADHA 2015. 12. 28. 08:57

 

 

수영강과 바다가 만나는 길을 따라 걸으며

광안리 수변공원

 

 

수영의 시행사 사무실에서 양산 주거용 오피스텔 계획 회의를 하고 점심식사를 하고 난 후,

수영강쪽으로 나와서 강을 따라 남쪽으로 바다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건축사와 의사.

 

아프고 난 후부터 내가 예전에 설계한 병원에 1달에 한번씩 가서 심장 진료를 받았다.

담당의사는 내가 갈 때마다

건축에 관한 문의를 늘 하고, 나는 건축법과 사업성에 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자기 땅 지적도를 내어 놓고 건축법과 건축 계획, 건축 시행 방법, 사업 타당성을 문의했고

나는 약 30분에 걸쳐 자세히 설명하고 자문을 해 주었다.

그리고 난 후, 의사는 나의 가슴에 청진기 한 번 대고, 맥박 한번 집어 보고 진료가 5분 만에 끝이 났다.

병원에 진료 받으러 가서 나는 30분간 건축에 관한 자문을 해 주고, 겨우 5분 동안 진료를 받고

나만 병원 진료비를 내고 나왔다.

의사와 건축사는 동일하게 국가 자격시험을 치고 자격을 획득 하였는데, 그 입장은 너무 다르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건축계획은 그냥 공짜로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 있다.

그냥,잘 되면 설계 줄께 하는 먹지도 못하는 미끼를 끼워서 건축계획을 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건축계획은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공부하고 배우고 습득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건축법과 조례에 맞추어 시간을 들여 작업하고,

직원들의 인건비를 들여 도면 작업하고, 경비를 들여서 프린트도 하고 현장 답사도 한다.

기술과 시간, 인건비와 작업 경비, 최소한 4가지를 들여서 작업을 하게 된다,.

만에 하나, 설계 계획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설계 계약이 안되면 허탈함이라는 한가지가 더 추가된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대부분 설계계약이 될 가능성이 엄청나게 적은 일들의 계획 요구가 들어 온다.

남의 명의로 된 땅에다 사업 계획을 하여 사업을 시도해 본다는 것.

현실적으로 그런 계획은 100건 계획해서 단 1 건 설계 계약하기도 힘든다.

실제로 아는 분들이 그런 조건의 계획을 해 달라고 하면 그냥 도와 준다라는 개념으로 계획을 해 준다.

잘 되면 설계 계약을 하기 위해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는 분들이니까 그냥 도와 주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 이후 수 백건의 계획을 하였지만, 실제 설계 계약이 된 것은 단 1건.

30년의 오랜 인연이 있었고, 나와 이미 5~6 건의 설계 계약을 했던 사업주의 자기 소유의 땅에 하는 계획.

서면에 세워진 15층 건축물 설계 계약이 유일하다....

그래서 계획비를 받고 계획을 해 주어야 한다고 계획비가 정해져 있으나 무용지물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보다 수입이 생기지 않아도 계획 작업을 하는 것이 그래도 낫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재능이라도 아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고,

아무 것도 안하는 것 보다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서 좋고,

내가 가진 작은 재주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도 보시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영에서도 이틀간 열심히 계획하여서 계획을 부탁한 사람들을 만나 건축 계획과 사업성을 설명 해 주고,

사업을 하게 되면 꼭 설계를 의뢰 하겠다며 하는 고맙다는 인사만 여러차례 듣고 나와서

수영강을 따라 걸으며 하염없이 다가오는 허허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날이었다.

 

....내가 이런 짓을 왜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