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길 위에서 흘러가는 세월을 만난다 본문
길 위에서 흘러가는 세월을 만난다
원동 산책 2
천왕산, 간월산, 취서산,
산의 기운을 모아
남으로 흐르는 배냇골.
그 끝자락에
천태산과 마주 선
토곡산.
비록
순하지 않은 악산이래도
은혜로운 마음과 빛으로 가득 차서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산의 형태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무엇으로 시작 하든,
무엇으로 남게 되든,
깊은 뜻,
깊은 고마움의 산으로
이름 남게 됨을 소망하므로,
하아,
어느 때,
하늘빛, 참된 빛으로 어떤 소망 이루어져서,
어떤 이들의 안락한 쉼터가 되고,
잠자리가 되고,
새 삶을 열어주는 좋은 터가 되니,
더 할 욕심도 없고,
더 할 소망도 없고,
그저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는
때 이른 철새구경으로
오랜 날들을 지키려는데….
.............1998년 토곡산 기슭에 지어질 노인복지시설 계획을 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처음 가는 길도 걸어 가고,
수 없이 많이 걸어 갔던 길도 걸어 간다.
이미 걸어 갔던 길에서는 지난 추억과 기억을 만나고,
처음 걸어 가는 길에서는 새로운 기억과 추억을 만든다.
내 나이 스무살 때 친구들과 천태산을 가기 위해 원동역에 내린 이후,
40년에 걸쳐 원동을 수시로 드나 들었다.
친구들과 직원들과 가족들과 그리고 혼자 왔었다.
그 40년 동안 전혀 바뀌지 않은 곳도 있고,
조금씩 바뀐 곳도 있으나
원동역 앞은 40년동안 바뀌지 않는 곳이 훨씬 더 많다.
지난 40년간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 많은 것이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아내가 싸 준 김밥 한 줄을 기차 안에서 캔 콜라와 함께 바깥 풍경을 보면서 먹고,
순매원을 들르고, 낙동강변 가야진사까지 걸어 갔다가 원동 마을로 돌아 온 오후에,
어탕국수 한 그릇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하던 날.
오래된 추억이 많은 길과
처음 가는 낯선 길.
그 길들을 걸으면서
흐르는 세월,
흘러간 세월을 만난다.
원동역과 원동 마을
원동마을에서 어탕국수로 점심을...
낙동강 가야진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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