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유엔기념공원 초여름 산책 본문
매일 매일
매순간 순간마다
밝은 희망을 꿈꾼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도 아파서 견딜 수 없으니
그 밝은 꿈을 현실인 것 처럼
인지하고 버티려 한다.
이 가을에 불어오는 바람이 그다지 차가웁지는 않지만
내 가슴으로 들 때에는 비수같은 날카로움으로
마음을 깊숙히 찌른다.
그래서 아프다.
따사한 봄 날이 오기보담은
차갑고 차가운 겨울이 올 것이라는 예감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
너무 지쳐있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용기를 주지만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고 느껴진다.
꽤나 오랜 시간동안
희망과 절망사이에서 번민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것이 희망이고 절망인지
구분도 할 수가 없다.....
유엔기념공원 근처에서 아주 작은 설계건으로 업무 미팅을 마치고 나서
동행한 C소장을 사무실로 돌아가게 하고
혼자 유엔 기념공원으로 들었다.
그 끝자락에 가을과 만나서 거니는 쓸쓸한 산책을 즐기고 싶었음이다.
어느덧 다 낙엽되어 떨어져 버리고 겨우 남은 마지막 잎새라도 만나자.
이따금 바람에 날려와 머리위에 앉는 작은 낙엽을 만져본다.
산다는 것이 이리도 고된 것일까 ?
어치피 다 버리고 이 낙엽처럼 떨어져 흙이 되어 버릴 것인데...
허지만 이것은 삶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간절함인 것을....
요즘들어 나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느껴볼 틈도 없이 또 그렇게 떠나가고 있는 가을.
낙엽이 쌓인 벤치에 앉아 내 마음을 매만져 줄 목소리 따스한 오랜 친구에게
전화를 하며 웃어 보던 떠나는 가을날의 산책.
현실과 꿈,
그 모든 것으로부터
가을은 어우러져서 아름답게 공존하라고 한다.
또 다른 시간의 흐름을 지속시키기 위해 떠나가려는
세월의 흔적과 추억을 따라,
가을빛이 남겨주는 조형적 영상을 따라
가을을 배웅하는 산책길...
....2009. 12. 2
..<유엔기념공원에서 떠나는 가을을 만나며...>
그리고 11년이 흐른 후,
2020년 7월 8일 초여름날에 다시 유엔기념공원을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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