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부산원동역에서 수영강따라 APEC 나루공원까지 본문
2월 3일 수요일 오전, 부전역에서 동해선을 타고 부산원동역에 내려서 수영강을 따라 센텀 신세계백화점까지 걷기로 했다.
재작년 겨울에 아내와 F1963, 테라로사에 가서 커피 마시고 좌수영교를 건너서 APEC 나루공원을 지나서
신세계몰 지하 2층에 있는 대형서점 <반디앤루니스>에 가서 아내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좌석에 앉아서 책을 읽고,
나는 자리가 없어서 책장 계단에 앉아서 19살 때에 읽었던 알베르까뮈의 <이방인>을 47년만에 다시 읽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양로원은 알제에서 팔십 킬로키터 떨어진 마랭고에 있다. 2시에 버스를 타면 오후 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밤샘을 할 수 있고, 내일 저녁에는 돌아올 수 있으리라.
나는 사장에게 이틀 동안의 휴가를 청했는데 그는 이유가 이유니만큼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좋아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나는 그에게 이런 말까지 했다.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 사장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그런 소리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로 시작되는 <이방인>
성당집 아이였던 친구가 읽으라고 건네 준 소설 <이방인>은 19살 소년이 알베르 까뮈를 흠모하고 알베르 까뮈의 모든
장,단편 소설들과 수필을 읽으면서 스스로 무신론적 실존주의자임을 자처하게 했다.
조금 어두운 계단에 앉아 서점 불빛에서 빛나는 활자 속에서 47년 전으로 돌아가서 아스라이...
또는 부분적인 흐릿한 기억을 느낄 수 있었던 날이다.
그래서 다시<반디앤루니스>에 가서 책을 읽기 위하여 동해선을 타고 부산원동역에 내려 수영강을 따라 3.2km를 걸었다.
19살 소년의 알베르 까뮈와 66살 노인이 느끼는 알베르 까뮈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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