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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7월 어느날의 일상....이 순간에 본문

靑魚回鄕(부산)

7월 어느날의 일상....이 순간에

SHADHA 2021. 7. 21. 09:00

 

개인적으로 살면서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

아무것도 일 할 게 없다는 것. 내가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이다.

2018년 4월 이후, 벌써 3년째,  무엇인가 바쁘게, 또는 열심히 해야 할 일이 없는 상태로 그냥 세월이 흐르고 있다.

 

20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매일 계속되는 야근과 주말마다의 출근... 야근 후 귀가하여 새벽까지 공부하며 살았던 나.

50대까지 그렇게 바쁘게 살다가 사업의 2번 실패 후, 건강악화로 인하여 본격적인 사업을 접고 간접적, 또는 간헐적으로 꾸준히 일을 하고, 일을 만들고 살았지만 2018년 4월 이후에는 거의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오랜 시간 동안 같이 건축사업을 추진하시던 분들이 돌아가시거나, 사업을 많이 포기하면서 더욱 그렇다.

지금도 새로운 건축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지만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냥 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무엇인가를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 또는 오래된 습관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하다못해,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여행을 하거나, 그냥 음악을 들으며 걷거나, 미술관을 가거나 전시회를 가든지

무엇인가를 해야 마음이 편하다....  

 

7월 2일 금요일, 부산 건축박람회 무료 초청장을 받고, 부전역으로 가서 동해선을 타고 부산 원동역에 내려 수영강을 따라 

센텀 APEC나루공원쪽으로 향해 걸었다.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얼마만큼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그 시간의 한계가 정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무엇이라도 한번 더 보고, 더 느끼고, 더 듣고, 더 맛보고 더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3월에 혼자, 또는 아내와 가끔씩 걸었던 수영강변 산책길을 장마철인 7월 초의 어느 흐린 날 다시 걸어가서

센텀 APEC 나루공원과 신세계백화점을 거쳐서 부산 벡스코 전시장으로 가서 건축박람회와 가구 엑스포를 보고,

주택 관련 책자 1권 사서 벡스코 앞 뜰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쉬다가 귀가하던 <부산 건축박람회> 가던 날.

 

그리고 이틀 후  7월4일 일요일, 장마 기간 중에 비가 잠시 개인 틈 사이, 아내와 센텀 신세계백화점 가서 작은 딸이 보내준

커피 쿠폰으로 아이스아메리카노 2잔과 카스텔라와 아스파라거스 포크와 새우롤을 사서 APEC 나루공원으로 나와서 점심식사를 하고

아내와 같이 수영강변을 걸어서 부산 원동역으로 가서 동해선 경전철 타고 부전역으로 돌아오던 7월의 어느 날 일상이었다.

 

APEC 나루공원 바닥 돌에 새겨진 글.....

이 순간....

쉬지 않고 알 수 없는 삶의 끝을 향해 계속 흘러가는 이 순간.

이 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