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비움의 공간, 범어사 문화체험 누리길 본문
이른 아침에 눈을 떠서 따뜻한 유자차에다 커피 한 스푼 넣고 커피 유자차를 만들어서
책상 앞에 앉아 아직 아침으로 다 열리지 않은 창 밖 풍경을 바라다 보았다.
아파트 단지 뒤로 멀리 북항대교가 보이고,
그 뒤로 영도 섬과 부드러운 산등성이 포물선을 그리며 연결된 조도와 아스라이 태종대 끝이 보인다.
그리고 안개 같은 바다.
범어사 문화 체험 누리길, 그 내리막길을 천천히 산책하며 내게 주어진 삶을 생각했었다.
5년.
의식을 잃었다가 다시 살아난 지 5년,
그 날,
병실에 누워 있을 때 그렇게 마시고 싶던 커피를 커피빈에 앉아 마시던 날,
그날이 며칠 전 같은데, 벌써 5년이 지났다.
그 5년 동안에도 나는 무엇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경제적으로도 크게 달라진 것도 별로 없고, 제자리로 돌아가겠다는 희망도 제자리,
하여,
내 생애 소망하던 세가지의 꿈 중,
첫째, 건축사가 되는 꿈과
둘째, 좋은 경영자가 되는 것은 이루고 실천해 보았으나
내 생애의 세번째 꿈인
전 세계 모든 도시들을 돌아보며 사진 찍고 글을 쓰고 싶다는 내 소망은 아직 꿈으로 남아 있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아직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 올 5년 후,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각으로
지나간 5년을 생각하게 될까 ?
..... 2015년 11월<범어사 체험누리길>을 거닐며
그리고 2022년 11월 9일 다시 혼자 범어사 체험누리길을 걸었다.
비움.
7년 전인 2015년 때 보다 더 많이 비우고 또 비우려고 했다.
다른 것은 모든 소망들은 다 비우고 아내와 가족들과 가능한 최대한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 가는 삶.
아직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삶.
그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충분히 고맙다.
하아 ! 시간은 정말 총알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모든 것이 어제같은데...
'靑魚回鄕(부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APEC 나루공원의 가을의 끝에서 (0) | 2022.12.07 |
---|---|
아내와 딸과 함께 수영 강변 한우와 F1963 산책 (0) | 2022.11.30 |
자갈치 시장과 남항을 거닐며 (0) | 2022.11.23 |
대저 생태공원의 가을과 대저 카페 벨렘351 (0) | 2022.11.22 |
등구마을 거북이가 반한 오리와 대저생태공원의 가을 (0) | 2022.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