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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광명, 길 모퉁이 카페에서 본문

독백과 회상 1999

광명, 길 모퉁이 카페에서

SHADHA 2025. 3. 25. 09:00

 

 

하얀 와이셔츠를 벗었다. 조여진 넥타이를 풀고 바지도 벗어버렸다.

샤워를 하고 홀가분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지난여름 이후부터 차 트렁크 안에다가 몇 벌의 여분의 옷과 양말을 담은 가방을 휴대하고 다녔다.

도망자처럼,

자의 아니게 오랜 시간을 방황해야 하는 시간들이 많아진 까닭이다.

내일 입어야 하는 양복을 여관방 옷걸이에 걸어놓고 거리로 나섰다.

서울의 위성도시인 신흥도시 광명의 화려한 밤이 열리고 있었다,

걸을 수 있는, 걸으며 즐길 수 있는 거리 조성을 잘해놓은 탓으로, 외국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감각과 느낌이 강했다.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외국인들과 아름다운 여인들이 활보한다.

혼자 해야 하는 저녁식사가 서글프고 외로워서 망설였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나 주는 듯이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길모퉁이의  커다란 창이 있는 카페.

창 쪽 흔들의자에 몸을 깊숙이 넣고 카푸치노 한 잔 시켜놓고 비에 젖어가는 도시 풍경을 본다.

그리고 들고 간  작은 책자, 주종환의 <도시의 신화>를 읽기 시작헀다.

 

... 아, 아 지상은 얼마만 한 깊이에 매몰되어 있는 만인의 지층인가?

   개개인들에게는 이미 완성된 도시들,

   득죄 신화의 완성을 위한 말씀의 죽음.

   하늘을 완전히 뒤집어엎은 눈먼 백야의 돔.

   더 이상 생식의 피안을 설계할 수 없는,

   영원한 표류자들의 방주.

   지구를 통째로 삼킬 수 있는 이 지상 유일의 늪.

... 공유되어서는 안 될 것을 공유하고 있는 사탕의 성.

... 기울어진 하늘 처마 끝에 매 달린 고드름의 시간.

... 인류의, 마지막 공동 이념이 될 그 필사의 도시 이륙설.

... 신화의 상실만큼 이 도시는 이유 없이 광분하리라.

...아, 아. 지상은 어디에 있는가 ?

.. 주종환의 <도시의 신화>중에서

 

여기도 사람들이 사는 곳,

구석구석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각기 다른 사연들로 사랑하고

고통받고, 아프고 그리 살아간다.

밤 약속도 없는 사람이 갈 곳도 없으니 숙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빵 몇 조각과 캔 커피 하나 든 손이 외롭고, 

혼자 타는 엘리베이터가 외롭다.

 

낯선 곳.

낯선 밤에 

낯선 외로움과 함께 잠이 든다..

 

1998과 1999년 설악산 호텔과 리조트 계획으로 계획을 의뢰한 사업주가 있는 수원과 광명으로

출장이 잦았다.

 

<1999년 독백과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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