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강남에서의 추억 본문

독백과 회상 1999

강남에서의 추억

SHADHA 2025. 3. 24. 09:00

 

 

뱅뱅 사거리를 뱅뱅 돈다.

이리 뱅뱅.

저리 뱅뱅.

 

내 삶도 뱅뱅.

돈도 뱅뱅.

꿈도 뱅뱅.

 

그 해 여름.

서울 뱅뱅 사거리에서 뱅뱅.

테헤란로에서 뱅뱅.

강남역 사거리에서 뱅뱅.

그저 뱅뱅 돌았다.

 

돈 만들러 갔다가

뱅뱅 돌다 물만 먹고 내려오는 강남.

 

 

1.

60억이 왠말이고 !

하늘이 무너져도 이리 무너질 수는 없다.

기표 날짜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다가

100억이 80억.

80억이 75억까지 내려갔는데,

돈 준비 됐다고 올라오라 해 놓고

60억이 왠말이고 !

그 여름부터

겨울 문턱에 다달을 때까지

올라오라 하면

여기저기 빚내어,

죽을지 살지도 모르고 올라왔는데,

 

강남 문턱이 다 닳도록 왔는데,

고속도로가 다 닳도록 왔는데,

 

이놈들도 사기꾼,

저놈들도 사기꾼,

나도 사기꾼..

 

믿어야 한다는 놈도 사기꾼,

그것을 믿는 놈도 사기꾼,

믿어야 할 수밖에 없는 놈도 사기꾼,

어쩔 수 없이 사기꾼이 되어가는 강남.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다가

60억이 왠 말이고 ?

 

 

2.

한강 시민공원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도,

비 내리는 날, 신촌 여관방에서,

모래내 숯불 돼지 갈빗집에서,

남한산성 숲길을 오르내리며,

사당동 시장통 안 지하 목욕탕에서도,

압구정 길 건너 뒤안길을 하염없이 걸으면서도,

 

소망은 단 하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고 기표였는데,

 

대구에서 수십 번 협상하고,

영천에서 또 협상하고,

대전에서 또 협상하고 협상했는데,

강남에서 기표한다고 해서

때가 되면 찾아드는 제비처럼,

 

낮이든, 밤이든,

420 KM 천리길을 힘들어도 참고,

서러워도 참으며 오르내렸는데,

 

60억이 왠말이고,!

 

회사는 넘어지고,,

나는 바보 되고, 사기꾼 되고

다 털려버리는 빈털터리 되고,

 

어쩔 수 없이 그리 되었다고 말도 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속았다는 말도 할 수 없고,

어쩔 수없이 혼자 속 태우며 돌아드는

서초 IC에 궂은 비만 내린다.

 

그 긴 시간이 다 가도록

이리 돌이고, 저리 돌리다가

60억이 웬 말이고!

 

 

*** 대전 대규모 아파트 단지 프로젝트를 하면서 계획하여서 땅 주인들의 동의서와 인감증명 다 받고

부지 잔금과 사업 추진비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1999년 독백과 회상>

 

 

 

'독백과 회상 199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원역 겨울 연가  (1) 2025.03.26
광명, 길 모퉁이 카페에서  (3) 2025.03.25
동대구 호텔 커피숍에서  (2) 2025.03.22
동대구역 앞에서  (1) 2025.03.21
대구로의 망명  (1)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