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강남에서의 추억 본문

뱅뱅 사거리를 뱅뱅 돈다.
이리 뱅뱅.
저리 뱅뱅.
내 삶도 뱅뱅.
돈도 뱅뱅.
꿈도 뱅뱅.
그 해 여름.
서울 뱅뱅 사거리에서 뱅뱅.
테헤란로에서 뱅뱅.
강남역 사거리에서 뱅뱅.
그저 뱅뱅 돌았다.
돈 만들러 갔다가
뱅뱅 돌다 물만 먹고 내려오는 강남.
1.
60억이 왠말이고 !
하늘이 무너져도 이리 무너질 수는 없다.
기표 날짜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다가
100억이 80억.
80억이 75억까지 내려갔는데,
돈 준비 됐다고 올라오라 해 놓고
60억이 왠말이고 !
그 여름부터
겨울 문턱에 다달을 때까지
올라오라 하면
여기저기 빚내어,
죽을지 살지도 모르고 올라왔는데,
강남 문턱이 다 닳도록 왔는데,
고속도로가 다 닳도록 왔는데,
이놈들도 사기꾼,
저놈들도 사기꾼,
나도 사기꾼..
믿어야 한다는 놈도 사기꾼,
그것을 믿는 놈도 사기꾼,
믿어야 할 수밖에 없는 놈도 사기꾼,
어쩔 수 없이 사기꾼이 되어가는 강남.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다가
60억이 왠 말이고 ?
2.
한강 시민공원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도,
비 내리는 날, 신촌 여관방에서,
모래내 숯불 돼지 갈빗집에서,
남한산성 숲길을 오르내리며,
사당동 시장통 안 지하 목욕탕에서도,
압구정 길 건너 뒤안길을 하염없이 걸으면서도,
소망은 단 하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고 기표였는데,
대구에서 수십 번 협상하고,
영천에서 또 협상하고,
대전에서 또 협상하고 협상했는데,
강남에서 기표한다고 해서
때가 되면 찾아드는 제비처럼,
낮이든, 밤이든,
420 KM 천리길을 힘들어도 참고,
서러워도 참으며 오르내렸는데,
60억이 왠말이고,!
회사는 넘어지고,,
나는 바보 되고, 사기꾼 되고
다 털려버리는 빈털터리 되고,
어쩔 수 없이 그리 되었다고 말도 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속았다는 말도 할 수 없고,
어쩔 수없이 혼자 속 태우며 돌아드는
서초 IC에 궂은 비만 내린다.
그 긴 시간이 다 가도록
이리 돌이고, 저리 돌리다가
60억이 웬 말이고!
*** 대전 대규모 아파트 단지 프로젝트를 하면서 계획하여서 땅 주인들의 동의서와 인감증명 다 받고
부지 잔금과 사업 추진비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1999년 독백과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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