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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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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과 회상 1999

샤튀로스 카페

SHADHA 2025. 3. 28. 09:00

 

 

나는 몽상가인가?
미래를 잊은,
현실을 도피하는 수단의 허상과 허구만을 추구하는
그저 꿈꾸는 자인가 ?

하얀 벽에 금도금의 아랍 문양.
돔처리된 회반죽 천정 아래 도는 금빛 장식 선풍기.

향 커피 냄새가 싫다.
인도 카레향이 배인 벽.

 

.... 불확실한 소유 속의 사랑은 불가능한가?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냥 올라가라 그랬다.

 

간밤에 전혀 잠을 자지 못한 게다.
그의 수척한 얼굴뒤로
오세열吳世烈의 흑백사진이  하얀 벽에 걸린 덫처럼.
고통받는 인간의 표정과 몸짓 같았다.

하얀 반투명 커튼 뒤로 보이는 광안리 바다.
바다를 보지 말자.
바다를 보다 그의 얼굴을 보면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새까맣기만 하다.
그의 눈 주위가 더 어두워 보인다.
초조한 그의 손가락 장난질만 보인다.
.... 일단 올라가서 버텨보고 그래도 보고 싶으면 내려오라 했다.

샤티로스와 어울리지도 않는 케니G의 색소폰 연주.
.... 내려와서는?
....나도 모르겠어...어떻할지를..

여름이 다 지나가버렸다.
가을을 맞아들이는 이도시는 온통 꿈꾸는 것 같다.
....그 사랑을 갖는 대신 너의 모든 걸 잃을지도 모르는데?

소유하지 못하고, 소유할 수도 없는 사랑의 댓가로,
지금껏 지켜온 그의 모든 삶의 형태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가 버텨낼 수 있을까 ?
13년 만에 다시 돌아오려는 사랑.

 

그의 눈에 비치는 바다는
수채화 물감에 헝클어져 얼룩져가는 바닷물 같다..
....아직도 예전만큼 사랑하는 거야?

그는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못한다.
카푸치노에 왜 계핏가루를 넣는지 모르겠다.

....빌어먹을 왜 하필이면 지금이야?
이럴 거라면 조금이래도 더 일찍 만났어야지..

 

아직 은행나무잎은 푸르다.
이제 당분간 비는 오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마. 안돼...그냥 가슴에다 묻어.
    더 이상은 안돼,

 

푸른 기름이 담긴 조명 램프 너머로
사랑이라는 UFO가 날아간다.
바닷속으로 가버린다.

 

카페 샤티로스의 창밖으로....

 

 

2,000년 광안리 카페<샤튀로스>에서 친구의 사랑이야기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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