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 旅行 2003
여의도의 봄
서 울
살아 숨쉬는 만물이
긴 잠에서 깨어난 가뿐한 봄날이다
창가에는 동쪽에서 날아와
지저귀는 새들로 가득하고
화단에는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는 새싹들로 가득하다
나는 어둠 속에서 황급히
두 다리를 흔들어 깨워
불멸의 목발을 집고 비틀비틀
세상 속으로 떠난다
어릴 적 보물찾기를 하던 것처럼
마냥 들뜬 마음에 생각하건대
누군가 부러진 나의 다리를 주워들고
애타게 나를 기다릴 것만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눈물의 강을
망설임 없이 두개의 목발로 노 저어
강 너머 신천지를 찾아 떠난다
봄의 기류를 타고 살며시 내게 다가온
자연의 광장 한복판에서
나의 손목을 내려다보니
맥박의 시계는
찬란한 정오를 알린다.
....봄나들이....윤지영.
봄이 왔다.
사람들이 나왔다.
봄은 그 많은 사람들을
밝은 햇살아래로 불러내고
사람들은 마법에 걸린 듯
봄따라 벚꽃이 만발한 강변으로 나왔다.
나도 여의도 광장길을 따라 한강변으로 나와
봄나들이속에 앉고
삶의 작은 축제앞에 앉고
봄바람, 강바람속에 앉았다.
만일 내가
이내 이 여의도에 오래 머무르게 될 참이라면
가장 자주 다가와 머무르게 될,
해운대 바다를 찾아가듯이,
찾아 올 한강변.
여의도의 봄은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싱그러운 강바람으로 香이 더한
커피 한잔과 함께
내 마음속의 봄을 일깨우려 한다.
그 봄 햇살속 그리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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