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소나타에 올린 shadha 생각 2003
가을과 겨울사이
가을과 겨울사이에는
알 수없는 어떤 냉기가 흐른다.
어찌하다보니 주머니속에 달랑 6500원만이 남아 있다.
다른이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
점심시간에 가까운 공원으로 가
햇볕드는 벤치에 앉아 담배 한대 피울 적에
임시로 차려놓은 무료 급식소에 노인들과 실직자들이
한끼의 식사를 때우기 위해 줄을 서있다.
가을엔 그래도 그들이 이 공원에서 노닐며 소일하다가
끼니때 되면 그리 해결하면 될 터인데
겨울이 오면 그들이 추워서 여기에 머물 수도 없겠다
그들은 또 어디로 가서 그 힘든 삶을 버텨야 할까 ?
내 주머니에 달랑 남은 6500원
어디가서 밥 한끼 때우는 일이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나
내 姓뒤에 달린 직함의 자존심때문에 그러기가 싫었다.
아무리 배고프다 해도 줄서기는 싫다.
그들은 진짜 어쩔 수 없이 배고픈 사람이라 하더래도
난 우연히 또는 갑자기 끼니를 걸려야 하는 상황이 된 사람으로
그들의 식량을 축 낼수가 없었다.
차라리 작은 숲속에 홀로 앉아 있다가 돌아가자,
배도 고프다 고프다 보면 나중에는 배고픈 줄도 모른다.
이런 경험에 익숙해져야
진짜 배고픈 이들의 고통을 알게 될 것이다.
한쪽다리를 심하게 저는 왜소해 보이는 노인이 나를 향해 걸어왔다.
눈에 많이 익은 노인이다.
그는 내가 어쩌다 이 공원에 바람을 쉬러 나올양이면
언제나 다가와 담배 한가치를 달라하였다.
오늘도 그럴 것이다.
순간 나는 그 노인이 값싼 담배라도 한갑 사 피우시게
돈을 드리자하고 주머니속에 1000원짜리 지폐를 건네려 하였는데,
5,000원짜리 지폐가 불쑥 나가버렸다.
내 손에 들린 5000원짜리를 본 노인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며
환한 웃음이 입가에 피어 올랐다.
난감하게도 오늘 나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5000원짜리 지폐를
다시 되돌려 1000원짜리 지폐로 바꾸워 줄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담배 한갑 사 태우세요...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제는 정말 저녁 때 까지는 꼼짝없이 굶어야 했지만
마음은 평온하다
...그래, 잘 했어...
가을과 겨울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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