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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shadha>겨울 모놀로그 본문

告白과 回想

<shadha>겨울 모놀로그

SHADHA 2004. 1. 25. 20:22


shadha의 독백
2003






겨울 모놀로그







1.

겨울바람 부는 날.

아무도 없이 비어버린 산에

혼자 올랐다.

나무와 풀과 돌과 흙만이 있는 산으로...

곳곳에 쌓여있는 돌무더기와

한없이 펼쳐져 있는 잡초와 야생갈대.


순간 겨울의 하얀 햇살 아래로

야생 늑대인지 여우인지,

아니면 길 잃은 노숙犬인지 ?

밝은 갈색으로 빛나는 살아있는 동물 한마리가

털을 가볍게 털어대며

차가운 시선 한번 보내고는

키 높은 풀숲으로 숨어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바람소리 쒸익 쒸익 거림 속에

낯선 두려움 느끼고

허리 굽혀 양손에 몽돌 하나씩 나누어 들었다.

모든 풍경이 한눈에 다 내려다 보이는

거칠게 다듬어진 그 땅 맨 위에 올라서서야

두 손에 나누어 들었던 몽돌을 버리고

손을 툴툴 털고

작은 돌산에 걸터앉아

보다 더 순수해 보이는 하늘과 햇살과 바람을 만났다.

....이게 우리의 땅이다.







2.

햇살이 더욱 더 따스하게 드는 이곳에는

노인들을 위한 테라스를 두고,

숲에 가차이 붙어있는 이곳에는 산책로와

잘 가꾸어진 공원을 만들자.

이쪽 개울에는 우리 땅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돌들을 모아

소담스럽고 자연스러운 샘들도 만들고

작은 폭포들도 만들자.

밤나무 숲은 숲대로

포도나무 밭은 밭대로,

그냥 그대로 두어놓고 예쁜 나무 의자들을 만들어 놓자.

이쪽으로 이렇게 길을 내고

저쪽으로 저렇게 공원을 만들고.....

겨울바람 부는 날

홀로 빈 산, 빈 땅을 거닐며

그곳에서 피어날 꿈들을 미리 그려본다.

넓은 논에 모를 심듯이,

그렇게 몇 시간째 꿈을 심고 있었다.







3.

나는 마음이 급하지만

세상의 이치는,

순리를 따르는 세상의 이치는 참 더디다.

나는 달리려 하는데

그것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만 움직인다.

아래께도 오고,

오늘도 오고,

내일 모레도 와야 한다.

갈대숲 속에선지,

잡초 더미 어디에선지,

무리에서 홀로 떨어져 나온 흑염소 한 마리가

처량하게 운다.

그 울음소리가 너무 처량하여

제 갈길 찾아주려 숲 속으로

흑염소 찾으러 들어갔다가

내가 길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도 오랫동안

추억이거나,

회상이거나,

사랑이거나,

꿈이거나

그런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푸른 하늘만 보이는 작은 숲 속에서....



Marry Cristm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