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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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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의 운명

오정순 81 돌아보니 그 시간은 선물이었네

SHADHA 2004. 1. 30. 13:29


오 정 순




돌아보니 그 시간은 선물이었네

08/04





 
돌아보니 그 시간은 선물이었네

어제도 나는 생각하였다.

처음 입학시험을 치른 기억은 나를 어느 낯선 것과 마주쳐도 크게 두려움을 가지지 않게 해주었다.

다 맞았다는 기억-나는 그 기억을 기준으로 인생을 디자인하며 늘 천이 모자라다고 투덜거렸다.
아니었다. 모든 시간은 충분한 시간이었다.

성공을 확인시키기 위해 실패가 필요했고
넘어져야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배우게 했고
없어봐야 있음의 고마움을 알게되었다.

연필은 글쓰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깎아서 필통에 누이는 재미로 있었고
밥은 엄마를 위해 먹어주어야 하는 것으로 있었고
공부는 아버지에게 성적표 보일 때 떳떳
하기 위해서 했고
옷은 우리 엄마 만족을 위해 입어주었고 책은 사랑이란 글자가  들어감으로 읽지 않아야 했다.  
말 잘들으면 좋은 아이인 줄 알고 무엇이나 시키는 대로 하며 산 세월 속에서 나는 생명력을 잃었다.

부모 품에 있을 때 나는 자라지 않았다.
고3때 생리를 하였고
체중 39kg에 키가 154cm였다.

내 종아리에 문제없는 데도 늘 치마입기를 주저한다. 우리 훈육주임이 날더러 그 다리로 어떻게 겨울을 날 것이냐고 애처로와 했기 때문이다.

내 다리에서 비린내가 날 것같은 느낌때문에 치마를 입었다가 다시 벗는 습관이 붙어있다.

내가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왜 없는지 모르던 물질이 부족하고, 잠자리가 좁아지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내 걱정으로 돌아오고, 내 인생보다 우리가족의 전체 인생이 보이기 시작하고부터 시작되었다.

무엇이나 버릴 것이 없이 재활용함으로써 물질의 소중함을 몸에붙였고 응용력도 붙었다. 정말 아버지바지 뜯어 아이바지만들고 냋마로 아이들 잠바 만들어입힐줄도 알게 되었다. 든들여 놀 수 없으므로 책을 빌려읽고, 움직이고 싶으므로 산에 가고, 등에 커다란 건전지 붙은 트랜지스터에 귀를 붙이고 음악으로 빠지고, 아무도 상담할 상대가 없으므로 성서를  눈이 빠지게 들여다보고, 참고서 사기 어려우므로 교과서 독파하기로 공부하면서 나는 인생의 진수를 얻었다.

처음처럼 내내 넉넉했더라면 내 인생은 맹탕이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없었더라면 내 인생에 남을 향한 넉넉함은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있고 없기를 반복하면서 느슨하여 졌다가 다시 긴장하며 인생을 춤추기 시작하였다.  

아름다움을 살 수 없으므로 탐미욕이 자라고 그것을 꿈꾸다가 속귀가 열리고 속눈이 떠지는 경험을 갖게 된다.

참으로  묘한 것은 어느 시간이나 투덜거리지 않는 것.
"나도 그럴 수 있다"였지 "왜 나야"는 아니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해 늘 미안했다.

그 동안 아무 것도 몰랐던 세월이 미안하고, 어려움을 몰라서 지은 세월의 때를 미느라고 땀내나게 살았고, 게을러서
충분히 나를 살아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했다.

다분히 의존적이던 삶의  양식이 그 기회를 통해 자립적으로 바뀌고, 아무 것도 없을 때 얻어지는 그 쾌감은 지난다음에 누리는 것이지 그 때는 울림소리에 질려 죽을 것만 같았다.

나는 비오는 날 우산쓰지 않고 다니는 습관이 있었다. 가족들에게 죽어서 미안하지 않기 위해 벼락맞아 죽으라고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이왕 죽을 거면 가상으로 죽었다고 치고 남은 인생을 값지게 남을 위해 쓰고 죽자는 생각이 들며 인생은 반전되었다.

돌이켜 보면 모든 시간은 좋은 시간이었다.
다만 과정이어서 느끼기 어려움이 있었을 뿐이다.

사람이 살기 알맞은 기후에서는 병균도 살기 좋아한다고 한다.
환경여건이 좋으면 인간의 악이 자라서 괴롭힐 것이기에 모든 것은 공평하고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죽는날까지 그 희망을 갖기 위해 트라이앵글을 두드린다.

종교와 예술과 심리학이란 꼭지점을 가진 트라이앵글을 치며 살기로 한다.

한계가 싫다.
통장의 금액처럼 분명한 답도 질린다.
한없이 탐구하고 아름다움을 찾고 구체적으로 사랑을 실천하며 타인과 어우러지다가 홀로되는 맛을 즐기며 인생을 끌고 가고 싶다.

누군가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외로움도 벗하면 편해진다.
혼자 노는 것을 익히지 않으면 노년이 두려워진다.
늘 하고싶은 일로 도배되어 있을 때 모든 시간은 복되다.

꿈꾸지 않으면 너무 삭막해진다.
상상으로 덧입히지 않은 시간도 재미없다.
사랑을 꿈꾸지 않는 시간은 무료하다.

사람이 사람 앞에서 무표정한 것처럼
삭막한 풍경은 없다.

책은 가장 마지막 친구가 되어야지
책과 먼저 사귀면 다른 친구가 그리 달갑지 않다.

돌아서서 허전할 때나 필요에 의해 집어드는 그런 책말고는 책을 먼저 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책이 필요하고,
책이 구세주 역할을 하고,
마음을 묵을 말뚝이 되어주기도 하는데에는 일등공신이다.

이쯤에서 돌아본 세월은 모두 선물이었다.
shadha님만큼 돌아보지는 않아도 세상을 들며 어떻게 내가 이과수 폭포 앞에 섰다가 왔는지만 생각해도 감격이다.

내 안에 작은 꿈이 자라고 있었더라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잊었어도 깊이 간직된 꿈은 자라주었다는 것.

너무나 당연히 외로울 것이란 전제 아래 살면 외로울 것도 없다. 그러라지 뭐 하면서 즐기면 그것도 동무된다.

일과 사랑으로 번민할 때, 인간은 가장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때가 쉼이 필요하고 쉬는  가운데 깊이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게 되고 전체를 통찰해보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궁전의 사람도 가고
사막의 사람도 간다.

인간의 착각만 지운다면
글쎄......
너무 건방진  말같아 생략!!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 가장 나에게 유익한 시간들이었다는 고백은 참으로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