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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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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의 운명

오정순 82 가고 싶은 곳

SHADHA 2004. 1. 30. 13:37


오 정 순




가고 싶은 곳

08/11





가고 싶은 곳

문학작품을 통해  꿈이 자란다는 것을 나는 종종 느낀다.

가고 싶다거나
만나보고 싶다거나
보고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글에 뭍혀난다.

아직도 내 책상에 엎어져서 잠을 자는 장 그르니에, 감성이 닮은 후배가 보내준 '카뮈를 추억하며'다. 지중해의 영감을 늦게 사서 먼저 읽어버린 탓이기도 하다.

맑은 정신으로 늦은 밤 혼자 잠들지 않을 때 읽어야 오롯이 만날 수 있어 낮에는 엎어 재우고 밤에만 일으키는 묘한 만남으로 장 그르니에를 더듬는다.

장 그르니에의 글 중에 어디서나 마주치는 '알제'라는 곳, 나는 그곳이 가고싶었다.

자료를 통해 맛이라도 보고나니 무대에 배경그림을 붙인듯 한결 다가든 기분이 든다.

사람들이 흔히 커다란 도시에서 느끼는 권태로 고통을 겪을 지라도 권태에 잡아먹히고 나면 헤매지 않게 된다는 말이 어찌나 공감이 가는지....

10여년 교감을 하며 다 내 벗인 줄 알고 있던 사람들이 다 내 벗이 아니었다. 그냥 함께 무엇인가를 하며 지낸사이였다.
다만, 저들도 외롭고 때로 권태로와서, 그저 곁에 붙여야 살 것같아서, 이름이라도 기억하고 살아야 사는 것같은 착각이라도 일으킬 것같아서 그렇게 관계맺고 살다가 그들도 다 외로움이나 권태에 잡아먹히고 부터 그런 관계를 심드렁하게 여기게 되었나보다.  

아니 아니지.
나팔꽃처럼 활짝 열어놓을 때는 속내도보이고 꽃얼굴도 넓어서 가까이 닿은듯하다가 '이제 그만'이라는 생명의 다음단계에 이르러 단단한 꽃씨 하나 맺어 그 안에 들어가 익히느라고 그럴거다. 자연현상이다.
모두가 작고 야물어지나보다.
친구보다 그르니에의 글에 다가가고
성서에 마음을 걸고
외로움과 동부된줄 알았더니 나도 그만 외로움에 잡아먹혔나보다.
나도 이제 사람을 찾아나서지 않는다.
만나지는 대로 최선을 다하고 그 자리에서 웃는다.
그것에 길들이지 않으면 언제나 공허감에서 헤어날 수 없다.

그러기에 내 안에서는 알제에 대한 호기심이 아직 남아있을 수 있고
꿈꾸는 공간이 지어져 있다.

그것마져 없다면 살아가기 어려울 것같다. 세계 곳곳을 돌며 우리와 다른 풍습과 만나고 다른 눈빛과 마주치고 그들의 역사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는 그 재미에 대한 동경도 가지지 않는다면 사는재미 하나 잃을 것이다.

세계의 거리에서 주은 이야기를 언제 풀어놓을지 그것이 남은 과제다.

낙타의 슬픔을 보고오면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고
그림에서만 보던 사막의 식물들을 그 그늘에서 만나고 오면 다시 사진으로 볼때 더운 김이 내 안에서 올라오는듯 실감난다.

글과 사진부터 먼저 만난 알제라는 곳 가보고 싶다.
그르니에를 깊이 만나고 그와 호흡을 맞추어 보는 그 곳으로  갈 날이 오려는지 잘 모르겠다.
꿈꾸는 사람에게 길은 열리더라는 말을 믿고 더 깊이 그곳을 상상해야지

아침공기가 눅눅하지 않아 좋다.
새로운 주일의 시작, 부지런히 챙기고 오늘은 구원선님의 전시회장으로 달리려고 한다.

벌써부터 기뻐진다.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즐기기.
고달픔의 차용으로 몸과마음을 운동시킨다.

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