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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오정순 92 11월의 기도 본문

줄의 운명

오정순 92 11월의 기도

SHADHA 2004. 1. 30. 13:48


오 정 순




11월의 기도

11/20






11월의 기도

주여

이제
산도 비워지고
들도 비워지고
달력도 비워졌습니다.

한해 동안 생긴 미움은 낙엽처럼 떨구고  
성과는 가슴을 거쳐 하늘에 담게 하소서.

남이 한 우물을 파면 우물 안 개구리라 하고
내가 파면 전문인이라 한답니다만
누가 뭐라든 파서 당신 보시기 좋다면 계속 파게 하소서

허세는 물러가라 하고
진실은 넘치게 하소서

축하하고 칭찬하기에 넉넉하게 하고
칭찬의 말에 너무 기울어지지 않게 하소서

쓴 말은 약이고 단 말은 독이라지만
어떤 말도 사랑없이는 하지 않게 도와주소서.

정직한 자연으로부터 영의 눈을 튀우고
사람은 다만 사랑하는 대상만 되게 하소서.

사랑하여 사랑을 느끼게 하소서.
사랑하여 사랑의 그릇을 비우게 하소서

곧 '사랑'이 우리에게 새로 올 것이므로
해묵은 사랑을 빨리 비워내야 합니다.

12월 달력 앞에서
쓰지않고 남은 사랑을 봅니다.

보게 하소서
보고 알게 하고서
알고 살게 하소서
살고 기뻐하게 하소서
기쁨을 나누게 하소서
나누고 감사하게 하소서
그리고 조용히 두 손을 모으게 하소서.
사람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고 인정하게 하소서
날마다 노력하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고백하게 하소서
그래도 사람에 희망을 두게 하소서

대단한 것 같지만 별거 아니고
별거 아닌데 대단한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요.  

가만히 귀를 모읍니다
내가 모르고 지은 죄를 용서해준다는 말이 들리는가 들어봅니다.  
웃어도 우는 때가 있고
우쭐거려도 오그라드는 때가 있습니다.
아무도 남의 속을 모르고 남의 세월을  모릅니다.
자기 인생 자기지게 지고 가는 길에
남의 세월을 함부로 말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보듬을 줄 아는 사람이 가장 힘있는 사람입니다.

11월이 지나면
12월은 희망을 잉태하는 달
희망의 씨앗이 들어오도록 터를 다지는 11월에는 그래서 바빠집니다.

주님
모든이에게 모든 희망이 되어주시고 자유롭기를 원하시니
고요 가운데 감사를 드립니다.  
남은 11월 며칠간이라도 소중함을 잃지 않게 도와주소서

오알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