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송정 솔베이지 카페에서
06/09
그 해 겨울, 부산 여행 중에 한 여인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雪花, 눈처럼 하얀 웃음이 유난히 아름답던 그 여인을 만났습니다. 구비구비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낯선 부산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점심 초대는 나를 들뜨게 했습니다. 인터넷이 즐겁기만 한 놀이타가 아니라 따뜻한 놀이터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이였으니까요. 그것도 겨우 두어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흔쾌히 초대해 준 그 여인의 해맑은 순수함에 반했습니다. 송정에 있는 '솔베이지'라는 카페에서 우리는 마주앉아 배시시 웃었습니다. 눈빛이 선하고 웃음이 맑았습니다. 이른 아침 이슬 달고 피어나는 나팔꽃 같았습니다. 오래 된 친구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고 차를 마셨습니다. 유리창 밖으로 파란 바다가 그림엽서처럼 펼쳐져 있었지요. 그 바다는 그 여인으로 인하여 내게 비현실의 꿈으로 느껴졌습니다. 나는 그 찻집에서 한 남자를 기다리는 애절한 사연을 지닌 여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름다웠던 어느 겨울 오후의 다스한 햇살을 떠올리는 이 순간, 참 행복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