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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미루나무08 송정 솔베이지 카페에서 본문

미루나무 푸른숲

미루나무08 송정 솔베이지 카페에서

SHADHA 2004. 2. 2. 21:48


미루나무



miru



송정 솔베이지 카페에서


06/09





s04



그 해 겨울,
부산 여행 중에 한 여인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雪花,
눈처럼 하얀 웃음이 유난히 아름답던 그 여인을 만났습니다.
구비구비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낯선 부산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점심 초대는
나를 들뜨게 했습니다.
인터넷이 즐겁기만 한 놀이타가 아니라
따뜻한 놀이터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이였으니까요.
그것도 겨우 두어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흔쾌히 초대해 준
그 여인의 해맑은 순수함에 반했습니다.
송정에 있는 '솔베이지'라는 카페에서 우리는 마주앉아
배시시 웃었습니다.
눈빛이 선하고 웃음이 맑았습니다.
이른 아침 이슬 달고 피어나는 나팔꽃 같았습니다.
오래 된 친구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고
차를 마셨습니다.
유리창 밖으로 파란 바다가 그림엽서처럼 펼쳐져 있었지요.
그 바다는 그 여인으로 인하여 내게 비현실의 꿈으로 느껴졌습니다.
나는 그 찻집에서 한 남자를 기다리는 애절한 사연을 지닌
여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름다웠던 어느 겨울 오후의 다스한 햇살을 떠올리는 이 순간,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