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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미루나무20 1998년 1월 1일 오전 9시 본문

미루나무 푸른숲

미루나무20 1998년 1월 1일 오전 9시

SHADHA 2004. 2. 2. 22:14


미루나무



miru



1998년 1월 1일 오전 9시

12/01




1201



밤기차에 기대서 새벽이 오길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았다.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태종대에서 일출을 보았다.
밤새 기다린 태양은 사람들 머리 사이로 딱 3초 만에 떠올랐다.
아차 하는 순간 놓칠 뻔했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아무도 모르는 이 무리 속에서 오래간만에 느끼는





가끔은 외로움이 천근의 무게로
어깨를 으깨버릴 때가 있다.
태종대를 나와 용두산 공원에 갔을 때가 그랬다.
삼삼오오 활짝 웃는 사람들 속에서
그래도 끝내 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저 갈매기 때문이었다.
그들도 나처럼 혼자 날고 있는 듯이 보였다.
무한 파란색 하늘 아래 햇빛이 너무 투명해서
그만 콱 죽고 싶었을 때
저 갈매기 날개짓 소리가 위로가 되었다.

사는 것은 다 그렇고 그런 통속성이라고
아무 기대도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제 자리가 선명히 보이는 것이라고
갈매기는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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