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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하얀새89 황홀한 몽상 본문

맑은하늘 하얀새

하얀새89 황홀한 몽상

SHADHA 2004. 2. 19. 23:08


하 얀 새



황홀한 몽상

11/05








또다시 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는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가을 속으로 떠났다 돌아왔습니다.

그래봐야 도심의 외곽에 자리한 곳이였지만
넓은 그 공원에서 만나는 가을은 어디보다 아름다웠고
나와 내아이의 추심(秋心)에 곱게 붉은 물이 들게 하기에
충분하였던 곳이였습니다.

야외식물원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르며
길 가장자리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일부러 밟으며
그들이 마른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들었지요.
그리고 멀리로 노랗게 물드는 커다란 마로니에의 손짓에
나비처럼 펄럭이며 아이와 왈츠를 추었습니다.

온 산은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로웠고 나와 아이는 서툰 무희가 되어
드가의 그림속으로 가을을 따라 흘러갑니다.

아 그것은 황홀한 몽상이였습니다.
요즘 읽고있는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서 처럼
나 역시 몽상에 빠져 고요하기만 한 내면의 움직임을
가볍게 흔들어주었으며
그의 표현처럼 생각해야 하는 수고없이 즐겁게 스스로
내 존재를 깨닫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 그것은 풍경속으로 몰입하며
내안으로 흘러든 자유이며 성찰이며 기쁨이였습니다.

생이란 그렇게 어느 한 순간 예기치않은 풍경속에서
삶을 자유롭고 투명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잉태한 그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하얀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