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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섬 본문

靑魚回鄕(부산)

동백섬

SHADHA 2005. 11. 30. 21:56

 




동백섬

북서풍 바람이 부는 날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바닷가에서 오세영...






북서풍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었다.

어제는
종일 회색빛으로 슬픈빛을 하던 하늘이
밤이 되자 엉엉 울기 시작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참, 슬프게도 울더라.
그 눈물에 집 앞 은행나무 가로수의
노오란 잎사귀들이 거의 다 떨어지고 말았다.
밤새 울던 하늘이 오늘은
기분이 많이 풀어졌나보다...
그 얼굴빛이 맑고 푸르다.
그래도 감춰진 슬픔이나 서러움이 남아 있는지
바람은 찹고 세차다.

다행스럽게 해운대 바다와 달맞이 언덕이 보이는
동백섬의 동측 기슭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
북서풍이 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슴까지 깊이 와 닿는 햇살이
참 따스하다.

다른이들은 동백섬 서측도로를 따라 들어도
나는 동측도로를 타고 따라 들었다.
오전에는
서측기슭은 응달이어서 추운 길이고
동쪽기슭은 양달이어서 따뜻한 길이다.
그리고 펼쳐지는 바다의 풍광자체가 다르다.
소나무숲과
동백꽃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는
동백섬의 아침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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