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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나는 때때로 고아처럼.. 본문
나는 때때로 고아처럼 느낀다.
사직 운동장의 가을
...우리들 자신도
자기 자신에게 이따금 연민의 정이 들고 만다.
그러나 그 덕분에 우리들은 살려고 한다.
이런 기분은 당신들은 모를 것이고
당신들은 그것을 아마 연약하다고 생각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분을 맛 보는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서 가장 씩씩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명석한 사람들을 씩씩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며
명석함에서 우리를 분리시키는 힘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당신들에게는 인간의 덕이 계율속에 있다.
...알베르 까뮈 <부조리에 대하여>중...
나는 때때로 고아처럼 느낀다.
Marianne & Antonsen의 음성으로 듣는다.
나는 이따금 퇴근길에
사직 운동장의 공원곁에 차를 세워두고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한다.
유독 늦가을이 되면 더욱 그러하다.
세이머스 허니의 <어느 자연주의자의 죽음>에서 처럼
...나는 출발 할 때부터 운이 좋았다.
그리고 모든 일에 도전했으며,
내가 너무 지나칠 정도로
희망과 믿음에 차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아주 행복한 사람 중의 한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가졌으며,
누구에게도 무시 당하고 살지 않으며,
예쁘게 잘 자라서 자랑스런 두 딸과
현명하고 아름다운 아내,
좋은 친구들과 가까운 지인들..
가끔 가까운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 바로 죽어도 다른 여한은 없다.
인간이 태어나서 해야 할 만큼의 일을 다 해보았고,
최고로 행복한 순간과 가장 불행했던 순간,
아파도 보고, 배도 고파 보았다
가 볼 곳도 다른이들보다 더 많이 가 보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만큼 다 먹어 보았고,
사랑도 충분히 해보았다.
아직 더하고 싶다는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한도가
많이 초과가 되어서
더 이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될 것 같다.
다만, 내가 더 살고자 하는 것은
내가 누린 행복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나도 때로는 많이 아프다.
마음도...
육체도...
나이든 남자여서 아무데서나 울지도 못한다.
그래서 많이 우울한 날
가족들에게 그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사직공원에다 차를 세우고
눈물 흘리지 않고 울기도 한다.
극심한 외로움이다.
우주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을 느낀다.
공원 가로수 아래 한켠에 서 있는
공중전화박스에 들어가
누군가에게 하염없이 전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럴때 나의 살로메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본다.
해가 질 무렵이면
종이컵 커피 한잔을 마시며
붉은 낙엽이 지는 공원길을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 이쁜 공주, 아빠 뭐 사가지고 갈까 ?
환하게 웃는 얼굴로 가족을 만나기는 하지만
나는 때때로 지독한 외로움으로
고아처럼 느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