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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바다와 빛 미술관 본문

靑魚回鄕(부산)

바다와 빛 미술관

SHADHA 2007. 4. 7. 22:27

 




바다, 빛 미술관

광안리 바닷가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외딴 섬에 사는 어부처럼
바다로 나가 일을 하고
고기잡기를 마치면 한눈 팔지 않고
외딴 섬으로 곧장 돌아왔다.
늘 빈 배로 돌아오기 일수였으나
그래도 매일 매일 바다로 나가고,
해가 지면 섬으로 돌아와
내 안에 나를 가두어 버렸다.

오후 5시,
핸드폰의 벨이 울리고 <아내>라는 글이 찍혔다.

...자기 어딘데 ?
...사무실.
...집에 언제 올껀데 ?
...조금 늦게 갈 겻 같으니 먼저 식사해.
...왜 ?
...나, 바다에 들렀다 갈께.
...바다에는 왜 ? 일 때문에 ? 누구하고 ?
...아니 그냥 혼자..
...왜에...?
...마음이 조금 심란하여 바람 좀 쏘일려고...
...김치찌게 맛있게 끓여 놨으니 일찍 들어와요.

요즘은 시외로 출장을 가지 않는 한,
언제나 아내보다 먼저 퇴근하여 집에 가고,
아내가 오기 전에 설겆이하고, 집 청소하고,
쌀을 씻어 아내가 돌아오면 같이 저녁 먹을 수 있게
준비해 놓는 것이 나의 저녁 일과였으니,
아내로서는 나의 갑작스런 일탈이 의아했을 것이다.

지난 주 거제도를 갔다 온 후,
도시계획법적 문제를 검토하느라 늦어졌던 계획을
이틀간에 걸쳐서 직접 손으로 디자인하고,
드로잉까지 하여 작업을 완료하여 놓고
사업주와 월요일 오전으로 약속시간을 잡아놓고 나니
후련함과 허전함이 동시에 밀려와서
차 한잔 마시며 창밖 고운 하늘빛을 보다가
갑자기 바다로 가고 싶어졌었다.

무심코 그렇게 바다가 보고싶어 간 광안리 바다.
나는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조용한 바다를 원했건만,
그 광안리 바다는 축제속에 들어 있었다.

<어방축제>와 <바다, 빛 미술관> 축제였다.
쓸쓸한 고독감을 즐기러 왔다가,
화려한 축제속에 휘말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다. 빛 미술관

비디오아트 창시자인 고 백남준의 유작인 <디지테이션>.
미국의 개념미술가 제니 홀처의 <디지털 빛의 메시지>.
심문섭의 <섬으로 가는 길>.
광안리 긴 해변길에는
프랑스의 조명 예술가인 얀 카슬레의 <은하수 바다>.
바다 남쪽 끝에는
프랑스의 장피에르 레노 씨의 대형 화분인 <생명의 원천>등
세계적인 예술가 6명의 작품이
광안대교의 경관조명과 밤 하늘과 바다와 함께
화려한 빛의 축제를 벌인다.

해변으로 밀려드는 작은 물결에 비치는 빛,
바다와 하늘에 비치는 조명과 네온사인,
그 바다를 지나가는 사람들,
그 바다에 부는 바람마저도
거대한 자연 미술관의 전시품이 되고 있는
광안리 그 자체가 전부 미술관이 되었다.






































































해 질 무렵 광안리 바다 풍경




걷는 자.

비올라의 잔잔한 선율이 어울리는
어느 겨울의 이른 아침 바다.
손타지 않은 순결한 물이랑 사이로 스미는
하얀 빛.
휘어감은 초록색 머풀러 끝자락이 휘날리는 날에,
바닷빛은 하늘빛.
하늘빛은 바다빛.
그새로 흐르는 바람은 슬픈빛.
차운바람에 슬긴 이슬 처럼
투명한 슬픈 빛새로 걷는
슬픈 자.

두렵다.
갈 곳도 없이 나서야 하고,
갈 곳도 없이 떠나야 하는 자가 두려움에 떤다.
걷고,
걷고, 또 걸어도,
그 끝이 외로운 바닷길에서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는 삶속에 던져진 자가,
코페르니쿠스 적 전회를 기다리며....

......그리고,
그 밑에는 심연이 있다.
아아! 나의 발밑에 있는 이 검은 슬픈 바다.
아아! 운명의 바다.
그속으로 나는 지금 내려가고 있다.
.....고통 속으로,
다시없는 캄캄한 어둠의 물결 속으로 까지.
나의 운명은 그것을 그처럼 원하고 있다.
나는 각오 하였노라......
..........니이체.

해안의 다른쪽 끝에 다달은 자.
걸어온 길로 다시 돌아설 때.
초록색 머풀러 끝에서,
바다, 하늘끝에서 들려오는
애잔한 노래소리.

....1999.1 <광안리 哀歌>shad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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