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어산불영의 전설 만어사 본문
산불영의 전설 만어사
漁山佛影 萬魚寺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물고기의 등에 산이 솟아올랐다
등에서 산이 솟아오른 물고기는
탱화(幀畵) 속에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 속의 물고기는
날개를 달고 있었다
탱화 속의 물고기를 나는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커다란 산을 지고
물 속을 떠다녔던 적이 있는 것 같다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아도
등에 돋아난 죄의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비산(魚飛山)에 가면
물고기들이 날아다녔던 흔적을 볼 수 있을까
산에 가는 것을 미루다
물고기의 등을 뚫고 나온 사리를 본다
물고기는 뼈를 삭여
제 몸 밖으로 산 하나를 밀어내었다
날아 다니는 물고기가 되어 세상을 헤매고 다녔다
비가 쏟아지면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정에서 푸덕이며
금과 옥의 소리를 낸다는 만어산(萬魚山)과
그 골짜기에 있는 절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일만 마리 물고기떼의 적멸,
폭우가 쏟아지던 날
물고기들이 내는 장엄한 풍경소리를 들으며
만어사의 옛스님은 열반에 들었을 것이다
탱화 속의 물고기와 어비산과 만어사가
내 어지러운 지도 위에 역삼각형으로 이어진다
등이 아파오고
남쪽 어디쯤이 폭우의 소식에 잠긴다
만어석(萬魚石) 꿈틀거리고
눈물보다 뜨거운 빗방울은 화석이 된다
...어비산(魚飛山) 詩人 조용미님...
어느 봄날 해 질 무렵
낙동강변을 따라 돌고 돌다
물고기처럼 만어산으로 전설따라 올랐다.
...만어산(萬漁山)은 옛날의 자성산(慈成山)이니
또 아야사산이라고도 한다.
*阿耶斯山:
아야사는 마야사라 해야 할 것이니 이것은 물고기를 일컫는다.
그 이웃에는 가라국이라는 나라가 있어
옛날 하늘 나라로부터 알이 해변에 내려와 사람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니 이가 곧 수로 왕(首露王)이다.
이 당시에 나라안에 옥지(玉池)라는 못이 있고
못속에는 악독한 독용이 있었다.
만어산에는 다섯명의 나찰녀羅刹女가 있어
그 나찰녀들이 독룡과 내왕하고 교접하기 때문에
때로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려 4년이래 오곡이 잘되지 않았다.
왕이 주문으로 이를 금할수 없어서
공손히 부처에게 설법을 청하였더니 나찰녀들이
오계명을 받고 아무런 후폐가 없었으므로
동해의 고기와 용이 이 골짜기속으로 올라와
가득 찬 돌로 변하여 악기 소리를 내었다.
...<삼국유사>에서....
또한 일연스님이 삼국유사에 이르기를
...지금 친히 와서 예배를 하고 보니
역시 분명히 공경하여 믿을만한 일이 두 가지 있었다.
계곡속에 있는 돌로서 무릇 3분의 2는
모두 금과 옥소리가 나는 것이 그 한 가지요,
멀리서 쳐다보면 금방 나타나고
가까이서 보면 나타나지 않거나
혹은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하는 것 등이 그 한 가지이다...
차 한대 비켜가기도 좁은 길을 한참이나 올라
당도한 만어사의 해 질 무렵은
깊은 적막속에서 소담스러운 절간의 풍경소리만이
만어산에 울려 퍼졌다.
절집이 크지 않아도 큰 절집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 만어사로 향해 오른 만마리의 고기들이
부처님을 향해 있음이다.
검은 돌로 변한 물고기등을 밟고 세상을 내려다보니
산너머 산이고,
또 산너머 산이 있으니,
그것이 우리의 삶이라 느껴진다.
음악 : Tzigane .... 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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