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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봄비,추억 그리고 만년교 본문

가야의 땅(경남)

봄비,추억 그리고 만년교

SHADHA 2007. 5. 18. 21:56

 



봄비,추억 그리고 만년교

비내리는 날의 斷想 2





나에게 약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고향이라고는 하지만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유년시절부터
철이 들기 시작하던 시절과
어른이 되고 난 이후에도
그냥 지나가는 여행객처럼
몇 년 또는 십여년에 한번씩
영산 땅을 밟았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속에 담겨진
추억은 여기 저기에 담겨 있었다.
서쪽하늘에서부터 다가오는 짙은 비구름과 함께
오랜 세월을 담고 있는 추억을 따라
그 작은 마을을 걷기 시작했다.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세월속을 걷는 것이다.

만년교 근처에 있던
큰고모집 앞을 기웃거리며 지나고
연지못을 천천히 지나니
군대에 입대한 일등병 시절 피부병 옻에 올라
특별 휴가를 받아 친구를 대동하고
부곡온천에서 유황온천 목욕으로 요양하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 따뜻한 커피한잔 마시던
시외버스 정류장 건너편 이층 다방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었다.
영산시장으로 향하는 큰 길가에서
작은 양복점을 하시던 작은 삼촌의 추억도 새기고
넓은 마당과 깊은 우물이 있던 할머니집을
기억하려 했으나 알 수가 없다.
일제시대 때 지어진 방앗간 건물만이 기억나고
그 거리 끝에 있는 영화관이 할인마트가 되어 있다.
마을 동쪽끝 산등성이에 있는 영산 석빙고앞,
야생 민들레와 토끼풀 사이에서
네잎 크로버를 찾을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세차게 내리는 봄 비는
바지 아랫단부터 젖어오르기 시작할 뿐
내 심장을 적시지는 못한다.
우산 하나 바쳐들고 작은 샛강변을 걸었다.
만년교를 건너 호국공원 비각 지붕 아래에 서서
비 안개속에 빠져버린 풍경들을 지켜보고 섰다.

이제는 모두 젖어버린 산길을 걸어야 한다


































음악 : The Waltz .... joe Hisai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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