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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봄이 찾아온 아름다운 숲에서 본문

告白과 回想

봄이 찾아온 아름다운 숲에서

SHADHA 2009. 4. 6. 22:37

 

 

 

 

봄이 찾아온 아름다운 숲에서

 

가족과 숲

 

 

 

 

 

 

   봄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오는 것 같다.
   가슴에서부터 봄을 느껴야 세상에 펼쳐진 봄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의 봄은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부터 오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부터 위장이 예민한 아내는 때때로 소화가 잘되지 않고 한번씩 탈이 나기도 했다.
   진찰을 받으면 신경성 위염이라고 했다.
   우리 가족이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을 만큼만 심장이 아픈 나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이 항상 건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던 아내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 심한 오한과 함께 몸살이 온 것이다.
   집 주변의 의원에 가서 진료받고 주사도 맞고 약 처방도 받았으나
   아내는 전혀 음식을 먹지 못했다.
   목요일, 나는 회사 출근을 하지 않고 인근 백화점에 가서 전복죽을 사다가 아내에게 점심과 저녁을 먹게 하고
   금요일, 회사 직원들과 청도와 밀양 현장 답사를 마치고 퇴근 하는 길에
   종일 약간의 죽 말고는 다른 음식을 전혀 먹지못해 허기져 하는 아내를 밖으로 나오게 하여
   참가자미 미역국으로 같이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사과 하나를 아내와 나누어 먹고 잠이 들었다.
   토요일 새벽녘에 우연히 눈을 뜬 나는 아내가 곁에 없음을 알고 거실로 나가니
   아내 혼자 배를 잡고 업드려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놀라고 당황한 나는 그 새벽에 아내를 태워 종합병원 응급실로 달려 갔고 진료와 처방을 받고
   아내가 주사를 맞고 잠시 잠이 든 사이 바깥으로 나와 새벽이 끝나고 아침이 오는 여명을 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다소 안도감을 찾을 수 있었다.
   아내가 이틀 연속으로 찾아간 집 근처 의원에서는 심한 몸살로 인한 소화 불량이였다고 했으나
   종합병원에서는 심하게 체하여 오한이 난 것으로 치료를 했다.
   심하게 체하였는데 심한 허기짐을 호소하는 아내에게 외식을 시킨 나의 불찰이 컸다.
   아내를 퇴원시켜 집으로 돌아오니 출근을 하기 위해 일어난 딸아이가 크게 놀랬으나 안심시켜 출근을 시키고
   쌀을 불려 흰죽을 끓여 아내에게 먹게 했다. 그제서야 아내는 고통없이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그러고나서도 혹시 아내가 갑자기 또 아플까봐 오전내내 곁을 지켰다.
   설친 잠 때문에 눈꺼플이 무겁고 피곤했으나 아내곁을 지키고 있고 싶었다.

 

   며칠전 아내와 딸이 좋아하는 던킨도너츠를 사왔는데, 뚜껑을 열어본 딸아이가 가볍게 투덜거렸다.
   ...아빠,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사왔네...
 ...당연하지, 옛말에 나이가 들면 열 효자, 효녀보다 한명의 악처가 더 낫다 하더라. 하고
   농담을 주고 받았었는데, 막상 아내가 심한 고통을 겪으니 마음이 더 아프게 느껴졌다.

 

   토요일이여서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딸이 안방에 누워 잠든 아내 곁에 손을 잡고 누웠을 때,
   나는 편안해진 마음으로 옥상에 올라 갔다가 뒷 산을 가득 메운 벚꽃을 보고 마음이 동하여
   뒷 산으로 올라 갔다.

 

   봄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오는 것 같다.
   가슴에서부터 봄을 느껴야 세상에 펼쳐진 봄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내게서 가장 가까운 곳, 발 길이 드문 숲에서 만나는 봄과 벚꽃
   늘어선 가로수가 아닌 자연 그대로, 숲을 이루고 있는 그 곳을 천천히 거닐며
   하나 하나의 나무들이 서로 의지하고 조화를 이루고 숲은
   가족과 같다는 생각이 드니, 봄이 성큼 나의 가슴속으로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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