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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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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魚回鄕(부산)

골목

SHADHA 2009. 8. 26. 16:00

 

 

 

 

골목

 

2008 부산다운 건축 대상 작품 <골목>에서

 

 

 

 

 

    그렇게 걸었다.
   어디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걸었다.
   골목길을 그리 거닐 때,
   금새라도 가을이 올 것만 같았다.
   참으로 조용한 때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일도, 약속도 없는 사람이였다.
   죽은 사람보다는 조금 더 움직이는 사람인 때였다.
   일을 하자는 어떤 소식도,
   만나자고 하는 사람도,
   움직이자는 연락도 없는 그런 여름날의 끝자락에
   오랜 인연이 있는 동기의 죽음을 알리는 안타까운 부고소식만 들려왔다.
   새삼 우리의 삶이 어떤 것인지 다시 느끼던 때,
   나는 그 골목길을 거닐어 <골목>에 다달았다.

 

   지난 일요일 아내의 추천으로 큰 딸과 아내와 함께 월남쌈 사브사브로 점심을 먹고
   유엔공원과 조각공원을 천천히 산책하며 한가로운 휴일의 정담을 나누다가,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며 아빠가 좋아 할 곳이 있다는 큰 딸의 안내로 다가간
   대연동 경성대앞 골목길.
   그 곳에서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받은 종합 문화공간 <골목>을 만났다.
   골목길에 자리잡은 몇 채의 낡은 주택을 묶어 특색있게 리모델링한 곳.
   카메라를 들고 가지 못한 아쉬움으로 그저 한바퀴 돌고 나왔는데,
   며칠이 지난 후 나는 중요한 약속이 있는 사람처럼 그 곳으로 다가가서
   독특한 분위기의 커피숖 다반에 앉아 창 밖 풍경과 함께 냉커피 한 잔 마시며
   풍경과의 조용하고 작은 만남을 가졌다.


   공간 <골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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