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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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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山寺)

아란야 寺를 찾아서

SHADHA 2011. 5. 31. 16:37

 

아란야 寺를 찾아서

내가 가진 모든 것들....

 

 

그 언젠가 수정산 깊은 산속 갈림길에서 우연히 보게 된 낡은 이정표.
아란야사 阿蘭若寺.
나는 그날 그 아란야사를 찾아서 산속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나 아란야사를 끝내 찾지 못하고 다른 이름을 가진 山寺들을 지났을 뿐이었다.

 

...아란야사 阿蘭若寺...
... 촌락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수행하기에 알맞은 조용한 곳.

 

그렇게 찾기 힘들던 아란야사가 산중 산책로가 만들어지면서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그 아란야사에서 시작하여 중앙공원에 이르는 3시간 동안의 가벼운 트레킹을 시작했다.

 

산다는 것은 정말 만만치 않고 힘든 일이다.

병원에서는 아직 일을 하거나 신경을 집중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계속 경고를 한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나온 지 5일 만에 병원 측을 몇 번씩이나 설득하여 일찍 퇴원한 탓도 있으나

나 스스로가 겉으로는 표현을 하지 않아도 아픈 후유증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세상 밖으로 나와 있으니 아무리 신경 쓰지 않고 화를 내지 않으려 해도 그런 일이 자꾸 생긴다.

화가 나면 방 안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거나 분노한다.

그것이 잦아지면서 다시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먹고살아야 되기에... 아니 존재하는 인간이고 싶기에 일을 하여야만 한다.

내가 얼마나 집중력이 떨어졌느냐 하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때이기도 하다.

평생, 나는 학원이나 개인적인 교습을 받으며 공부를 하거나 무엇인가를 터득한 적이 없다.

 스스로 책을 보고 익히거나, 반복된 연습으로 그것들을 해결하면서 살았다.

이번에 스스로가 절대적인 필요성을 느껴서 시작한 CAD, 처음에는 쉽게 적응할 줄 알았는데

아무리 책을 보고 스스로 터득하려 해도 쉽게 집중이 되지 않는 나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여 가장 쉽게 익힐 것이라 생각했던 CAD를 배우기 위해 학원에 수강 신청을 했다.

내 평생 처음으로....

건축사 시험, 건축, 조경, 소방 기사 시험, 운전면허시험, 볼링 하기, 탁구 치기, 파워포인트 작업하기,

포토샆 작업하기, 엑셀 작업하기,.... 그 모든 걸 혼자 공부해서 다 익히고 자격을 땄는데...

 

아직은 내 심장을 더 쉬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란야사에서 중앙공원까지 천천히 걷는 동안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있다면 단 하나 늘 변하지 않는 나의 마음 하나였다.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그 사람이 누구든, 내게 무엇인가를 도와주기를 부탁하면 나는 도와준다.

따지지도 않고, 재지도 않고,  튕구지도 않고, 견주지도 않고,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데 까지 도와주었다.

건방을 떨지도 않고, 생색을 내지도 않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했다.

만약 내가 다시 재기한다면 그것은 나의 그런 마음이, 그런 행동이 나를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가진 재산이 있다면 나의 그런 마음일 것이다.

 

 

 

 

 

 

 

 

 

 

 

 

 

 

 

 

 

 

 

 

 

 

 

 

 

 

 

 

행복한 점심

 

 

한눈에 중앙공원의 충혼탑과 용두산 공원, 영도 섬과 부산 항구의 풍경이 들어왔다.

흐린 날씨끝에 밝은 하늘이 드러나고 숲에서는 온갖 새들의 노래가 가득하다.

아름다운 풍경, 아름다운 날이었다.

일요일, 혼자 반찬통에다 아내가 만들어 놓은 김치 두루치기와 계란말이, 멸치볶음과 매운 고추 젓갈을 담고

햇반 밥 하나 담고, 커피를 끊여 보온병에 담고 3시간 걷는 산책길에 나섰다.

그리고 가장 전망 좋은 곳에 당도하여 벤치에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으니,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다.

이보다 더 욕심낼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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