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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송도 송림공원 산책 본문

靑魚回鄕(부산)

송도 송림공원 산책

SHADHA 2013. 7. 17. 08:58

 

 

 

송도 송림공원 산책

7월의 송도산책 3

 

 

 

 

연분홍빛 솔잎국화가 소담스레 피어있고

황금달맞이꽃이 남쪽 송도바다를 향해 두팔을 활짝 벌리고 피어있는 7월의 어느날,

송도바다와 영도, 남항대교가 펼쳐져 보이는 송림공원을 거닐었다.

 

          몇 년 전 아주 힘들었던 어느 여름날,

우연히 송림공원에 올라왔다가 나무그늘아래 가부좌 틀고 앉아있던 하얀 모시적삼 입은 노인이

지나가던 나를 불러 세워놓고 무턱대고 나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격려를 해주었다.

그리고는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다시 일어서고 나서 이곳으로 오면 자기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던 곳.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어쩌면 나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중에 돈이 좀 생기거나 좋은 일이 생기면 거기에 상응하는 뜻하지 않은 돈 나갈 곳이 생기고,  힘든 일이 생긴다.

아무것도 없을 때는 그저 조용하게 평온하게 굶어 죽지 않고도 살아간다.

집이 없어지면 내 소유의 집은 아니지만 살 수 있는 집이 생기고,

회사가 없어지면 내가 만든 회사는 아니지만 몸을 담을 수 있는 회사가 생기고,

돈이 한푼도 없으면 그냥 먹고 살만큼의 돈이 생긴다.

그러나 뭐라도 돈이 크게 생길 일이 생기거나, 좋은 변화가 감지되면 누군가가 심술이라도 부리듯 곤경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현불사 설송 큰스님이 내게 무진(無盡...다하여 아무것도 없다)이라는 법명을 주신 것 같다.

 

          그런 때문이지 잘 될 것 같은 확신으로 사업만 키우면 뜻하지 않은 악재가 갑자기 쏟아져서 늘 최악의 상황에 들게하고

그냥 욕심부리지 않고 적은 금액이라도 봉급을 받으려고 일을 하면 100% 그 회사에서 문제가 생겨 봉급을 받지 못한다.

이번에도 내가 일을 다 만들어서 주고 나는 그냥 아무 댓가없이 급료만 받고 일을 하려고 하여 잘해왔는데

또 회사에 문제가 생겨 5개월째 그 정해진 급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이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사업을 하면 할 때마다 망하고, 봉급을 받고 일을 하면 그때마다 봉급을 못 받는 일이 생긴다...벌써 3번째이다.

그렇다고 어디에다 5개월치 봉급 못받았다고 고발이나 하소연도 못한다..

예전에 내가 오랫동안 데리고 있던 사람이거나 아주 가까운 사람이어서 내가 그냥 지켜만 볼 수 밖에 없다... 

 

          딸들이 3년전 큰 딸아이 호주로 공부하러 가기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와의 문제와 호주가는 문제로

누군가의 소개로 점을 보러 갔다가 하도 용하게 잘 맞추어 우리 아빠는 어떨 것 같으냐고 물어보니

...너희 아빠는 옛날같으면 한량이라서 먹고 사는 것은 아무 지장없으니 걱정하지 마라. 해서

한량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과거시험에는 급제를 한 양반인데, 돈은 안벌고 풍광 좋은 곳 떠돌면서

시나 쓰고, 그림그리고 노래  좋아하고 풍류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지금 아빠와 똑같다라고 하던 말이 떠올랐다.

건축사 자격과 건축관련 자격증을 3개나 더 가지고 있으니 과거시험에 급제한 것도 사실이고, 돈 못버는 것도 사실이고

경치좋은 곳을 찾아다니고, 글쓰는 것 좋아하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좋아하니, 영락없는 한량이다.

술마시는 것 빼곤 다한다.

 

          뭔가 사업이든, 일이든 하면 영락없이 망하고, 아무것도 안하면 가난하지만 그냥  편안히 먹고 산다,

늘 그리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더운 날, 다른 사람들은 땀을 흘려 열심히 일하여 돈을 버는데

나는 경치좋은 풍경앞을 거닐며 그저 산책만 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기만 하다.

물론 젊은날에는 오랜시간동안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야근에 야근을 계속하며 살아오기는 했지만

아직 한참 일해도 되는 나이에  무엇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감이 때론 나를 슬프게 한다.

 

          어쩌면 나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살다가 가려는 모양이다.

실패한 건축가로서, 사업가로서, 가난한 남편과 아버지로 기억된 채로 이렇게 삶을 마무리 할 수 밖에 없나 ?....

송림공원을 거닐며 이런 상념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