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태백산 현불사 설송스님과 무진 본문
무엇도 남기지 않고 다하여...
없을 無 다할 盡
無盡
작년(2002년) 늦은 가을, 인연이 닿지 않으면 평생 쫓아도 만나 뵐 수 없다는
고승이신 설송 큰스님을 단 한 번만에 태백산맥 깊은 산사 현불사에서 친견할 수 있었다.
세 번 절을 하는 동안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읽으실 수 있으시다는
설송 큰 스님을...
85세의 연세로도 청년보다 더 힘이 있고 맑은 눈과 음성을 가지신 그분.
부드러운 웃음으로 나즈막히 물으셨다.
... 내가 무엇을 도와줄까?
약 10 여분에 걸친 짧은 만남끝에 설송 큰스님께서는
...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100일간 기도할 수 있겠느냐?
하시고는 나를 큰스님앞으로 인도했던 적명스님께
... 이 분께 관세음보살 보문품을 챙겨 드려라... 하셨다.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 나오려는데...
...바쁘지 않으면 저녁공양하고 저녁 8시에 법회를 듣고 가... 하신다.
저녁공양을 마치고 법당에 들어서니 70 여분이나 되는 스님들이 좌정하여 앉아있고
나는 그 맨 뒷줄에 앉았다.
중앙에 좌정하신 큰스님께서 좌중을 한번 둘러보시고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기도 하시다가
....오늘은 관세음보살 보문품에 관하여 공부를 하겠습니다...
....이시에 무진의 보살이 즉 종좌기하사 편단우견하고 합장향불하사 이 작시 언 하시되
세존하 관세음보살은 이하인연으로 명 관세음이닛고
불고 무진의보살 하사돼 선남자야 약유무량 백천만억 중생이 수재고뇌하고
문시 관세음보살하면 관세음보살이 일심에 칭명하고 관기음성하야 즉시에 개득 해탈케 하나니라...
....관세음보살 보문품 中.....
.... 어떤 한 사업가가 자신의 일신은 돌보지 않고, 가족들과 그 주변의 사람들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데
일이 뜻한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 여러분들은 어떻게 이 사람을 도와주겠습니까?...
큰 스님을 친견하는 것도 인연이 닿아야 가능하다 했는데 산사에 오르자마자 친견을 하게 되었고,
모든 것이 뜻한대로 잘 될 것이라며 관세음보살 보문품을 읽으라 하셨는데..
그 법회에서 관세음보살 보문품을 해석하여 공부하는 과정에서 나를 주제로 올려놓으신 것 같았다.
큰 스님께서 하시는 한마디 한마디를 가슴에다 새기려는데
...인간이 살면서 지켜야 될 많은 것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禮와 의義입니다.
여기서 예禮는 무엇을 말합니까? 스님들 대답해 보세요...
지금껏 큰스님과 스님들이 주고 받던 선답과 선문들은 형이하학적인 속세에 살던 사람으로서는
쉽게 답할 수 없는 것들이었는데, 큰 스님의 그 질문에 답하는 스님들이 계속해서 없자
큰 스님은 더 이상의 진행을 하지 않고 스님들만 둘러보셨다.
순간 나를 보고 답하라 하시는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그래서 무릎을 꿇고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여쭈었다.
...제가 말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여기서 예禮란 원하는 것을 뜻한 대로 다 이룬 사람은 스스로를 이루기 전보다
더욱더 낮추고, 있는 자에게나 없는 자에게나,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의義란 무엇이냐?
... 의義란 모든 것을 다 이룬 사람은 그렇게 이룬 재산과 기술과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다 나누어주고,
그것을 받은 사람들이 또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나누어줌을 행하면
힘들고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 좋아져서 좋은 세상이 되게 하는 것 그것이 이라 생각합니다.
고개를 끄덕이시던 큰스님께서 환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오늘 법회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태백산맥의 깊은 밤 가을바람이 춥다.
차디차게 차워도 맑았다.
그렇게 인연이 된 설송 큰 스님.
85세 생신때도 찾아뵙고,
안동 양로원 기공식때도 찾아뵙고,
100일 기도가 끝나던 겨울날.
하얀 눈이 온 태백산맥을 뒤덮은 날.
다시 친견하여 마주앉게 된 큰 스님
... 이름을 무진이라고 해.
무진이 곧 관세음보살이고, 부처님이니라.
이름을 지어달라 원하지도 않았고 청하지도 않았는데, 불명 중에 가장 높고 큰 이름을 주시었다.
무진의 보살은 부처님과 말씀을 직접 주고 받는 유일한 선남자.
부처님이 착한남자라 칭하시는 보살님이시다.
없을 無 다할 盡
無盡
그래서 그 무진이라는 이름이 나와 인연이 되었다.
..... 2003년 shadha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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